프란치스코 교황이 2025년 1월 30일 바티칸에서 열린 비공개 접견에서 ‘찬미받으소서 운동’ 새 상임대표로 임명된 로나 골드 박사를 맞이하고 있다. OSV
올해는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한 사회변화를 촉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이다. 동시에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실천하는 국제 가톨릭 연대기구도 10돌을 맞았다. 2015년 1월 15일 창립된 ‘찬미받으소서 운동(Laudato Si’ Movement, 이하 LSM)’이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지구를 깊이 사랑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구를 모든 세대가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공동의 집으로 확장한 정신을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익히고 다양한 형태로 전파하는 유일한 단체다.
현재 LSM을 이끄는 이는 로나 골드(Lorna Gold) 제3대 상임대표(Executive Director). LSM 창립 회원인 그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자택이 있는 아일랜드와 로마를 오가며 지구와 만물의 존재 가치를 전하기 위해 맹활약 중이다. ‘찬미받으소서 주간(24~31일)’을 맞아 로나 골드 상임대표를 본지가 서면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찬미받으소서 운동(LSM)’ 창립 10주년과 더불어 상임대표가 된 것을 축하합니다.
“‘찬미받으소서 운동’이라는 이름과 정체성을 확립해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유산을 이어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희는 교황님의 ‘지구 돌봄의 유산’을 이어받은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그분 정신을 기억하고, 우리 존재를 통해 그 뜻을 기리며 살아가려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는 지난 1월 29일 저의 상임대표 임명이 발표된 뒤 마지막으로 만났습니다. LSM이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죠. 끝에 교황님은 제 손을 꼭 잡으시고 눈을 맞추며 미소 지으셨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러셨듯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Vai avanti.’(계속 나아가세요)”
레오 14세 교황께 기대하고 희망하시는 바가 있으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시작하신 일을 계속 지지하고 이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은 소중한 유산입니다. 오는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와 같은 중요한 순간에 레오 14세 교황님의 지도력을 기대합니다.”
「찬미받으소서」를 주목한 계기는 무엇이었고, 회칙을 읽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2015년에 저는 아일랜드 주교회의가 설립한 해외원조기구 ‘트로커러(Trócaire)’에서 빈곤과 불의·기후정의를 다루는 캠페인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연례 강연회에 당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피터 턱슨 추기경을 초청해 ‘통합 생태론’ 강의를 들었습니다.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전에 내용을 미리 알 수 있는 자리였죠. 이후 회칙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저희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찬미받으소서」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렇게 시노드 과정으로 탄생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환영할 수 있었고, 저 역시 회칙을 접했을 때 ‘이것이 내 미래다’란 소명을 느꼈습니다. 「찬미받으소서」의 꿈을 내 삶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부르심이었죠. 제 평생 기다려온 복음의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문헌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제 삶은 「찬미받으소서」에 의해 형성됐고, 이제는 회칙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LSM이 평신도가 이끄는 조직이라는 점이 매우 인상 깊습니다. 창립 과정이 궁금합니다.
“신앙 기반의 기후행동 분야에서 활동하던 저희는 온라인에서 서로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어떤 단체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찬미받으소서」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시기에 맞춰 발표된 만큼 단지 회칙이 묻히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수많은 이와 힘을 합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제출할 청원서에 180만 명의 서명을 모았습니다. 그 전까지 교회는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행동한 적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에 큰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서명 운동이 끝나면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생각했어요. 느슨한 연대 정도로만 협력하며 저마다 하던 일을 이어갈 거로 여겼죠.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다른 계획을 갖고 계셨습니다. 저희는 작지만 헌신적인 공동체를 만들었고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LSM은 전 세계 80개 지부와 900개 이상의 연대 단체, 2만 명 넘는 지역 지도자, 수많은 소모임과 기후행동 및 생태적 회심을 위한 프로그램을 갖춘 활기찬 공동체가 됐습니다. 2021년 저희는 공동 식별을 위한 시노드 과정을 거치며 정체성을 재성찰했고, ‘세계가톨릭기후행동(GCCM)’이란 이름을 ‘찬미받으소서 운동’으로 바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새 이름에 대한 축복을 요청했고, 기꺼이 축복해 주셨습니다.
저는 항상 LSM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단체를 이끄는 개인들의 능력이나 역량을 뛰어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진정 성령의 역사입니다.”
지난 10년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시위나 행진이 금지돼 ‘보이지 않는 행진’이란 개념을 고안했습니다. 신발 한 켤레씩 모아 파리 거리 위에 늘어놓았는데, 그중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신발도 한 켤레 있었습니다. COP21을 앞두고 이런 저희 행동이 협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줘 더 강한 합의문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성과는 「찬미받으소서」의 메시지를 교회 안에 널리 알리고자 진행한 교육 프로그램, 특히 ‘찬미받으소서 활동가(Animator)’ 양성과정입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6주짜리 온라인 무료 교육으로, 지금까지 4만 명 이상이 수료했고 그중 2만 명은 지역 지도자가 됐습니다.
LSM은 바티칸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의 실무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가톨릭 기관이 지속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돕는 온라인 도구죠. 지금까지 5000개가 넘는 기관이 계획을 세워 공개했고, 이를 통해 보편 교회의 ‘녹색 전환’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가톨릭기후행동’도 2020년 출범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은 「찬미받으소서」를 한국 교회 맥락에 맞게 적용하고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4년 넘게 매주 금요일 ‘금요 기후행동’을 통해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헌신적 노력을 기울여왔죠. ‘기후·생태 십자가의 길’ 기도도 봉헌하고 있습니다.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찬미받으소서」가 전하는 창조세계 돌봄의 메시지는 이 불안한 시대에 우리를 하나로 묶는 신앙의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일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이의 과제입니다. 우리는 공동의 목적 아래 기도와 실천으로 다양한 신앙인들과 함께 일하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모든 종교는 지구가 우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의미를 지닌 신성한 존재임을 믿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저희와 함께 영화 ‘더 레터’를 촬영하실 때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오늘날의 진정한 일치는 어머니 지구를 함께 구하는 데 있습니다.’”
LSM의 비전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난 10년간 교회 안에서 싹튼 이 풀뿌리 중심의 국제운동이 계속 성장해 더 많은 이가 창조세계를 돌보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교회 본당 공동체들이 희망과 돌봄이 살아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 되길 꿈꿉니다. 이 사명을 확장하고 심화해가면서 이웃 종교와도 협력하는 여정을 이어가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