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18일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포탄 상자에 그려진 성화와 책을 선물받고 있다. OSV
바티칸이 세계 평화의 무대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 직후부터 ‘평화’를 거듭 호소하며 전쟁 종식을 연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을 위해 바티칸이 회담을 주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외신들도 휴전 회담의 유력 장소로 바티칸이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시간 동안 통화한 뒤 소셜미디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상이 곧 이뤄질 것”이라며 “교황청이 협상을 주최하는 데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황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어떠한 반응을 보이진 않고 있다. 다만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SNS 글을 올리기 사흘 전 기자들에게 “레오 14세 교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회동 장소를 바티칸으로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 협상이 바티칸의 중재 외교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주목되는 이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5월 19일 기자회견과 자신의 SNS에서 “평화의 사도인 교황의 권위와 목소리는 전쟁 종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대화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회담이 개최될 장소는 바티칸 외에도 터키, 스위스가 거론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추기경 시절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강경히 비판해왔다.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5월 11일 첫 주일 삼종기도와 18일 즉위 미사에서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협상”을 거듭 촉구했다. 교황은 즉위 미사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