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5월 2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지나며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OSV
5월 18일 거행된 레오 14세 교황 즉위 미사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불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황청의 대중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청이 대만을 독립 국가로 공식 인정하는 세계 12개국 중 하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즉위 미사에는 라이칭더 총통 대신 천젠런 전 부총통이 참석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독립국이 아닌 하나의 국가로 바라보지만, 대만은 스스로 독립국임을 주장하면서 양안 관계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1951년 교황청이 대만을 정부로 인정한 것을 이유로 교황청과의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2018년 9월 바티칸-중국 간 외교관계 수립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주교 임명권과 관련해 타협안을 도출, 지난해 10월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합의’를 4년 더 연장하며 갈등의 매듭을 풀어나가는 중이다. 이전까지 중국 정부는 교황의 주교 임명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주교를 독자적으로 선발해왔다. 이처럼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 회복이 급물살을 타자 대만 외교부는 지난해 5월 성명을 내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 선출 이후에도 중국은 “교황청과 중국의 지속적인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5월 24일 교회가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에 맞춰 ‘중국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을 기념함으로써 양국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축일은 2007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중화인민공화국 가톨릭교회의 주교와 신부, 봉헌된 이들과 평신도들에게 보내는 교황 서한」에서 반포됐다.
또 교황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넘어 대만과의 기존 외교 관계도 굳건히 유지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매튜 리 주교황청 전(前) 대만대사는 레오 14세 교황 선출 소식이 전해진 뒤 “새 교황이 민주주의 국가 대만과 공산주의 국가 중국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