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31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5월과 6월 사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거세고 힘이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의 차가 수시로 번갈아 지나가면서 우렁찬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6월 3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다’라거나, ‘다른 편의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내용을 담은 높은 톤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렇게 6월이 되면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커다란 경계선에 서 있는 느낌이다. 정치, 경제, 복지, 개헌, 교육, 주거, 노동, 일상생활, 문화와 미디어, 의료, 기후 환경, 과학기술, 외교, 통일과 국방, 공동체. 어느 하나도 뒤로 물릴 수 없을 중차대한 분야들에 대해 각계각층의 요구 또한 쌓여만 간다. 한편으로 저 많은 약속이 과연 물리적으로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켜켜이 쌓이고 있다. ‘하느님이 오셔도 안 되는 일’이라며, 미리부터 손사래를 치며 정치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는 이도 종종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정치 영역에 참여하는 일에 대해 많이도 언급하셨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이기에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되며, 참된 신앙은 언제나 세상을 바꾸고 가치를 전달하여 이 지구를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물려주려는 간절한 열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늘 급진적이라고 오해받는 프란치스코 교황만 그런 말씀을 한 것이 아니다. 보수적이라고 오해받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도 당신의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의 정당한 몫을 받는 정의로운 사회 질서와 국가 질서의 건설은 모든 세대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가장 중대한 임무입니다. 이것은 정치적 임무로서 교회의 직접적인 책임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또한 인간의 가장 중대한 임무이기 때문에, 교회는 이성의 정화와 윤리 교육을 통하여 정의의 요구를 이해하고 정치 영역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자기 나름대로 이바지할 의무가 있습니다…”(28항) 라며 정치 참여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셨다. 


이제 6월이 되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자리에는 새로운 권력이 자리한다. 한편에서는 기대가 차오르는 지금, “다른 모든 민족처럼 우리를 통치할 임금을 우리에게 세워주십시오”라고 요구하는 이스라엘 원로들에게 왕을 세우게 되면 당신들의 아들들을 데려다 병사로 삼고 일을 시키며, 딸들을 데려다 시중을 들게 할 것이요, 세금을 거두어 가고 종으로 부릴 것이라는 예언자 사무엘의 우려가 다시금 떠오른다. 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치하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더 다가가야 한다. 당장 모든 것을 이루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지난 겨울 광장에서 이 땅의 주인들이 목 놓아 부르짖었던 정의에 대한 갈망이 펼쳐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많은 숙제가 있지만 우선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창조물이 창조물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생명과 관계된 일들이다. 모든 창조물은 생명을 이어가야 한다. 생명을 저버리고 만들어낸 이상세계는 있을 수 없다. 눈앞의 이윤을 위해서 어느 한 생명이라도 저버리는 일이 생긴다면, 시작부터 누군가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다. 


눈물을 닦아주어도 시원치 않을 그 일꾼이 억울하고 핍박받는 이들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억울한 사람, 억울한 소리가 제대로 들려 그 한을 풀어주는 일, 하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땅으로 내려와 일터와 쉼터로 돌아가는 것, 안전이 보장된 일터에서 일하고 쉼이 보장된 거처에서 삶의 기쁨을 찾는 것, 모두가 행복을 찾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이를 이루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요 소명이다.



글 _ 나승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서울대교구 제6 도봉-강북지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05-2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5. 31

마르 13장 33절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