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바쳐 ‘평화의 노래’를 부른 사람이 있습니다. 폭력과 차별에 맞서 사랑으로 하나 된 세상의 꿈을 전했던 가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보기에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그가 잘못된 신앙, 흔히들 ‘이단’이라고 부르는 그릇된 믿음을 가졌다는 겁니다. 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영화 ‘밥 말리 : 원 러브’는 간단치 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밥 말리’(1945~1981)는 1970년대 ‘레게 음악’의 상징으로 존경받았던 자메이카의 영웅이었습니다. 식민지의 아픈 역사, 인종차별, 끝없는 정치적 혼란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노래에 담아냈던 민중의 대변자였지요. 그의 이름 위로 밥 딜런과 김민기가 겹쳐 보인다고 하면 대충 설명이 될 듯합니다.
그는 자메이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라스타파리’(Rastafari)라는 신흥종교의 신봉자였습니다. 라스타파리는 흑인 노예의 해방이란 관점에서 성경을 멋대로 해석한 사이비 종교인데, 위안받을 길 없었던 당시 자메이카 국민들에게 널리 퍼졌고, 밥 말리 역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 참 평화가 오는 날까지 멈추지 말자”는 그의 절창은 모두가 더불어 나눠야 할 다짐이지만, 예술가의 정서가 거짓된 신앙에 닿아 있다는 점은 영화감상의 뒤끝을 복잡하게 합니다.
밥 말리는 그의 공연을 두려워하는 폭도들에게 총격을 받고 영국으로 망명합니다. 그곳에서 20세기 최고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 ‘엑소더스’를 발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지만,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위험을 무릅쓰고 평화와 사랑의 음악회를 엽니다. “(화합의 염원을 전하는) 전달자는 그 자신이 메시지가 돼야 한다”는 스스로의 신념을 목숨을 걸고 실천한 것이지요. 영화는 “사랑으로 하나 되자(One Love)”는 그의 호소가 전세계에 메아리쳤던 1976년부터 2년여의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의 예술에 끼친 ‘라스타파리’의 영향 또한 숨기지 않았고요.
런닝타임 107분 동안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밥 말리의 열창을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시겠습니까? 노래에 실린 메시지에만 집중하시겠습니까, 그가 지녔던 잘못된 종교관을 비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현실을 연민하시겠습니까? ‘밥 말리 : 원 러브’가 건네는 특별한 숙제를 같이 풀어보자고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