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셨음을 믿고 묵상하는 대축일입니다. 승천(昇天)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하늘에 오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답 없음) 매번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묻는 저도 참 …. (웃음)
오늘 제1독서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사도 1,9)
그런데…, 예수님이 과연 손오공처럼 근두운(筋斗雲)을 타고 하늘로 오르셨을까요? 머리카락 휘날리며 하늘로 올라가셨을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액면 그대로 예수님이 하늘로 슝 하고 날아서 오르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왜 예수님이 승천하셨다고 할까요. 교회는 왜 예수님이 승천하신 것을 대축일로 기념할까요.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sky’ ‘하늘’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승천은 하늘이 아니라, 천국에 오르셨다는 의미입니다. 하늘은 당시로서는 인간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신비로운 곳이었습니다. 하느님 자체가 신비이십니다. 따라서 신비로운 하늘은 신비로운 하느님의 영역이었습니다. 즉, 예수님이 승천하셔서 하늘로 오르셨다는 것은 예수님이 우리가 알 수 없는, 하느님의 영역으로 가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영역으로 가야 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승천은 우리 모두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하늘로 오르셨기에 더 이상 이 땅에 거하시지 않으십니다. 이 땅에 오신 그 짧은 기간 동안 예수님은 직접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땅의 삶을 마감한 후 언젠가는 하느님께 되돌아가야 합니다. 부활시기 동안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활시기의 마지막에 우리는 승천을 묵상합니다.
벤베누토 티시 작, 예수의 부활 (1520)
승천은 어떤 이벤트, 사건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셔서 하느님께 가신 것처럼, 우리도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과 일치를 이뤄야 함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길을 걸을 때 목적지가 있는 사람이 걷는 모습과 목적지가 없는 사람의 걸음걸이는 완전히 다릅니다. 목적지가 있는 사람은 그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걷는데, 목적지 없는 사람은 어슬렁어슬렁 걷습니다.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겠다는 목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면, 여러분의 삶의 걸음은 목적지가 있는 사람의 확고한 걸음걸이가 될 것입니다.
젊은 시절, 동료 신부 2~3명과 의기투합해서 치악산에 간 일이 있습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올라가자고 해서 한 식당에 들렀습니다. 그렇게 밥을 먹다가 한 신부님이 식당 창문을 보더니 “저기 봐. 저기가 치악산이야. 이제 봤으니 됐다. 고생해서 뭘 올라가. 이제 돌아가자.” 그래서 일행 모두가 밥만 먹고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치악산 정상에 뭐가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하느님 나라, 구원의 길, 완덕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그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도달해야 하고, 올라야 합니다. 물론 오르는 길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짧지만 가파른 길을 갈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멀지만 완만한 길을 천천히 갈 수도 있습니다. 그 길은 만나고 헤어지고 하면서 결국에는 정상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그 길들을 따라 각자 정상에 오르도록 초대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 하느님은 멀리 떨어져 계시는 하느님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오셔서 우리에게 하느님이야말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일치를 이루고 도달해야 하는 분이라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할지도 자세하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직접 승천하시어 하느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때 엉뚱한 곳으로 가면 안 됩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모범을 따라 제대로 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승천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마지막 날, 우리 모두 함께 하늘에 올라야 합니다.
그날, 하느님 신비의 영역으로 함께 갑시다. 그곳에서 먼저 가셔서 기다리고 계신 예수님을 함께 만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