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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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다국어를 구사하는 교황과 세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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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탁월한 소통가였다. 그는 감성 지능이 매우 높아 청중을 몇 초 만에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언론과 홍보를 직접 관리하고자 했고, 그 결과 교황청의 전문적이고 값비싼 언론 기구를 소외시키는 큰 실책을 저질렀다.


이제 레오 14세 교황은 이 엄청난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이자 책임을 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오랜 세월 전임 교황들이 가지지 못한 탁월한 소통 능력을 지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 외에 다른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다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그리고 포르투갈어에 능통하다. 로마에서 공부한 대부분의 ‘미국인’ 사제나 주교들과 달리, 이탈리아어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언어적 자산은 영어가 모국어라는 점이다. 그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오늘날 영어는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이다.


내성적이고 수줍은 성격의 레오 14세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선임 교황처럼 타고난 카리스마나 소통 능력은 부족하다. 따라서 그에게는 영어라는 모국어가 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나 중동의 평화를 위한 호소와 같은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영어 또는 스페인어로 전달되는 것이 좋다. 이탈리아어는 효과적이지 않다.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6000만 명 정도에 불과하며, 이들 중 절반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교황의 메시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교황이 평화를 호소할 때 영어로 직접 말하면, 그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직접 전달된다. 통역이나 더빙을 통해 전달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12년간의 재임 동안 교회는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정체성을 강화해 왔다. 교황은 자신의 언어 능력을 활용해 이 정체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탈리아어에 능통한 다국어 사용자 레오 14세 교황은 주저하지 말고 영어를 적극 활용하며, 세계 평화와 양심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립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랫동안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국제법을 러시아가 위반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레오 14세 교황은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의 행동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교황으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통화한 세계 지도자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었다. 교황이 되기 전부터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로 종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5월 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새 교황 선출이 발표됐을 때, 한순간이지만 새로운 교황이 세례명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거의 1500년간 대부분의 교황은 이름을 바꾸었다.


‘로베르토 교황’ 또는 ‘로베르토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이름은, 세례가 가장 중요한 성사임을 강조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대담하게 이어가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초기 5~6세기 동안 로마 주교 여러 명은 자신의 세례명을 유지했다. 이 전통을 되살리는 것은 과도한 교황 중심주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교회 일치라는 더 큰 목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한 교황의 공식 취임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의 관례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먼저 취임식을 하고, 일주일 후에야 로마교구 주교좌성당인 라테라노 대성당에 가서 직무를 시작한다. 이는 교회론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교황의 가장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직함은 바로 ‘로마의 주교’이다. 


많은 신자가 교황의 주교좌성당이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라테라노 대성당이다. 라테라노 대성당은 ‘전 세계 모든 교회의 어머니이자 으뜸’으로 여겨지는 중요한 교회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안장된 교황은 바로 현재 교황이 이름을 따온 레오 13세 교황이었다. 희망컨대, 레오 14세 교황이 재임 중 이 중요한 교회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길 기대한다.


어찌 되었든, 새로운 교황의 사목 활동은 이 어려운 시대에 매우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비록 세속 언론은 레오 14세 교황이 조용히 이뤄낼 선한 업적들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는 로마 주교이자 보편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의미 있는 사명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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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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