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 표지 이미지. 서울대교구 제공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농인) 가톨릭 사제 박민서(서울대교구 장애인사목 특임사제) 신부가 미국 시카고 가톨릭연합신학대학원에 제출한 실천신학 박사학위논문이 번역돼 출간됐다.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교회'(가톨릭출판사 도서출판 으뜸사랑)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시노드 정신에 따라 교회의 '실존적 변방'인 농인 공동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한 포용적 교회를 향한 농인들의 응답을 담고 있다.
저자 박민서 신부는 서울대교구 농인 사목의 역사와 에파타 농인 본당 설립 과정을 통해 농인들이 단순한 사목적 돌봄의 대상이 아닌, 고유한 언어인 수어와 문화를 간직한 '언어적 소수자'로서 교회의 온전한 일원임을 보여준다.
또한 농인 신학자들의 연구와 서울대교구 농인 가톨릭 신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농인 교회의 실체와 과제를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특히 1986년 명동 주교좌본당과 돈암동본당 농인들이 설립한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의 역사부터 2019년 설립된 에파타 농인 본당까지의 여정을 통해 농인들이 어떻게 주체적으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해 왔는지 상세히 담았다.
설립 초기 매월 학교 강당을 빌려 수어 미사를 봉헌하고, 주일엔 지역 일반 성당을 빌려 미사를 집전하던 농인 공동체가 이제는 200명이 정기적으로 미사에 참여하는 독립된 본당을 이루기까지 농인들의 신앙적 열정과 주체성을 감동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열려라'라는 뜻의 에파타는 예수님께서 귀먹고 말 못 하는 사람을 고치시며 하신 말씀(마르 7,34 참조)이다.
하지만 이 말씀은 단순히 물리적 청력과 청각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과 생각을 열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선포하라는 초대다.
박 신부의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는 바로 이러한 '열림'의 정신으로 농인 공동체가 교회에 보내는 메시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