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교황청 상임 옵저버 가브리엘 카치아 대주교가 2023년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OSV
교황청이 거듭된 전쟁으로 민간인 피해가 늘어가는 지구촌 현실을 깊이 우려하며 국제사회에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교황청은 또 인간 존엄성 보호의 첫걸음으로 군비 축소 및 제한을 제시하며 전쟁 종식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냈다.
유엔 주재 교황청 상임 옵저버 가브리엘 카치아 대주교는 5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성명을 내고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내려주신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인간을 단순한 소모품으로 취급하거나 소중한 인명이 피해 보는 것을 단순한 부수적 피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치아 대주교는 현재 전 세계에서 120여 건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24년 발생한 14건의 무력 충돌로 3만 6000여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비극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무력 충돌 속에 죄 없는 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무력 충돌이 늘고 있고, 그 강도 또한 더욱 심각해지는 것은 엄청난 비극이자 국제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모욕이기에 국제사회가 깊은 우려를 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치아 대주교는 “비전투원과 부상자·전쟁 포로의 보호를 명시한 국제 인도법, 특히 제네바 협약과 추가 의정서를 더욱 준수해야 한다”며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거나 병원과 학교·종교시설 등 필수 인프라를 파괴하는 행위,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거부하는 행위 등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래식 무기 사용 제한을 위해 국제사회가 여러 노력을 이어왔음에도, 새 기술이 무기 개발에 이용되고 있어 복잡한 법적·윤리적·인도주의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전쟁 중에 비무장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은 법적 책임 문제를 넘어 도덕과 관련된 일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