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에서 순례자들에게 강복을 베풀고 있다. OSV
세계 최대 한인타운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로스앤젤레스(LA)가 탄압의 폭력으로얼룩지고 있다.
폭력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단속에 대한 반발에 대응하기 위해 주 방위군 2000여 명을 LA에 파견하면서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강경한 이민 정책이 시행되면서 LA에서 최근 한 주 사이 불법 이민자를 최대 118명 체포했다. 주로 라틴계 주민들이 사는 패러마운트 지역에서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이들이 ICE 요원들과 충돌하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ICE 활동에 대해 “LA에서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치하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 시장을 겨냥해서는 “무능하다”고 비난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번 단속을 “잔인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7일 밤 패러마운트 지역의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충돌은 여전히 이어졌다. 시위가 처음 발생한 철물점 인근은 최루탄과 연기로 자욱했다. LA 카운티 보안관들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수 분 간격으로 섬광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 인근 주민들과 시위 참가자들은 “이민자들이 상점 안에 갇혀 두려움에 떨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속 대상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업체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A 총영사관과 LA 한인회 모두 “이번 단속 현장에서 한인이나 한국 국적자가 체포된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에서 “지배하려는 건강하지 못한 욕망은 종종 폭력으로 이어진다”면서 ‘배타적 자세’를 비판했다.
교황은 “주님께서 보내신 성령은 바벨탑에서 시작된 ‘갈라짐’, 우리를 갈등하게 만드는 정신과 혼란을 극복하도록 이해심을 주신다”며 “우리 안에 머무는 예수님과 하느님 아버지 간의 사랑은 형제자매에게 마음을 열고, 경직된 사고 방식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전했다.
교황은 특정 국가나 상황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는 LA의 고조되는 갈등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