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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건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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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집 한 채를 내놓았다는 이야기는 자칫 단순한 기부 미담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집이 단지 부동산이 아니라, 한 사람, 한 가족의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공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은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니라, 삶의 일부를 건네는 일이다. 소유의 이전을 넘어선, 존재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20여 년을 살아온 아파트를 자립 준비 청년들을 위해 기꺼이 내놓은 김춘미 씨의 선택은 물질적 나눔을 넘어선 상징적 행위로 다가왔다. 그것은 가진 것을 비우는 결단이자, 청년 세대의 내일을 믿고 지지하는 어른의 마음이었다.

 

 

뿌리내릴 흙 한 줌 없이 사회에 내던져지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살 수 있는 공간’은 단순한 주거가 아니라 ‘살아갈 가능성’이다. 재산을 불리거나 자녀에게 물려주는 일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김 씨의 결단은 청년들이 절망 대신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다.

 

 

기성 세대가 청년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꼭 크고 거창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묵묵히 믿어주는 시선, 실패해도 괜찮다는 여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응원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이다. 김 씨가 봉헌한 ‘함께 살 수 있는 집 한 채’는 그 모든 응원이 ‘공간’이라는 형태로 구현된 사례였다.

 

 

그 집은 청년들이 자립의 뿌리를 내리고, 훗날 또 다른 이에게 그늘이 되어 줄 수 있는 씨앗이 되었다. 매일 아침,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며 현관문을 나서는 청년들의 발걸음이 그려진다. 그들에게 세상은 이제 조금 더 믿을 만한 곳,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내미는 손길로 이어질 것 같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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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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