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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3세, 조부모의 땅 한국 찾아 감격의 눈물

카자흐스탄 알마티본당 5명한국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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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6월 3일 한국을 방문한 카자흐스탄 알마티본당 고려인들이 김창남 수사(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 땅을 밟는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고려인 3세대 빅토르(75)씨는 5월 26일~6월 3일까지 이어진 한국 방문 일정 동안 가문의 오랜 염원을 가슴에 품고 눈시울을 적셨다.

이번 방한은 카자흐스탄 알마티본당 고려인 신자 5명이 조부모의 고향인 한국을 찾아 문화와 신앙을 몸소 체험하는 특별한 여정이었다. 제주도와 전주 한옥마을·민속촌 등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은이성지 순례를 통해 한국 교회의 순교 역사도 돌아봤다. 부천성모병원은 평소 알마티본당에서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해온 인연으로 고가의 건강검진도 무료로 제공했다.

이들의 조국 방문은 작은형제회 김창남 수사와의 인연으로 이뤄졌다. 김 수사는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카자흐스탄에서 무료 진료소와 식당을 운영하며 복음 선교에 힘썼고, 30년 넘는 세월 동안 고려인 130여 명을 입교시켰다. 이슬람교와 러시아정교회가 주류인 카자흐스탄에서 개종은 그 자체로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모두 김 수사의 헌신적 봉사에 감동해 입교한 이들이다. 김 수사는 세례받은 고려인과 2000년 초부터 격년마다 한국을 방문했고, 이들 대부분이 조국 땅을 밟았다.

김 수사는 “신앙은 삶 전체를 바꾸는 일”이라며 “조국 방문 또한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가문의 역사와 정체성을 되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890년대 이후 일제의 압박을 피해 연해주로 이주한 고려인들은 대부분 농민·상인·독립운동가들이었다. 하지만 1937년 스탈린 정권은 일본과의 충돌을 우려해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렇게 기차에 실려 국경을 넘은 수많은 고려인은 국적도 고향도 잃은 채 척박한 황무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

나데즈다(64)씨는 “할아버지가 처음 정착한 우슈토베는 고려인이 강제 이주 열차에서 내려 가장 먼저 삶을 시작한 ‘고려인 첫 마을’이었다”며 “늘 조국을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회고했다.

우슈토베는 알마티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고려인들은 이곳 황무지에서 토굴을 파고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을 위한 고된 여정을 시작했다.

리야(72)씨는 “전후 세대 한국 부모들처럼 우리 부모 세대도 자식만을 위해 헌신했다”며 “그 덕에 고려인은 교육 수준이 높고,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인·고려인 하면 존경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발전한 한국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연신 되뇌었다.

하지만 후손 세대와의 연결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는 모국어 사용 장려 정책을 펼치며, 소수 민족 언어 교육을 점차 폐지하는 추세다. 한국어는 물론, 선조들의 역사를 배울 기회조차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인 3세에게는 재외동포 비자(F-4)가 발급되지만, 자녀 세대인 고려인 4세는 단기방문비자(C-3)만 발급돼 한국 체류와 취업에 제약이 크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불법 체류를 감수해야 하는 현실 앞에 놓여 있기도 하다. 알라(69)씨는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교류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창남 수사는 “조국 방문은 그 자체로 신앙의 여정이고, 민족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라며 “그 길을 잇는 데 한국 선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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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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