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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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현 신부의 사제의 눈] 이재명 대통령, 겸손은 힘들지 않다

조승현 베드로 신부(CPBC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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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은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과 탄핵에서 비롯됐다.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생 안정을 비롯한 사회 대개혁을 이뤄나가길 이번 선거를 통해 요청했다. 사회 곳곳 과거의 썩은 구태를 도려내 대한민국의 새 여정을 걸어갈 책임이 이 대통령에게 주어졌다.

이 대통령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일은 국민 통합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듯 지금 우리 공동체는 지역과 남녀 그리고 세대 등으로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다. 정확히 반으로 갈라진 선거 지형은 우리 사회의 깊은 분열을 상징한다. 좋은 정책이나 나의 대리자를 뽑는다는 이야기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지, 누가 나오든 어떤 정책을 말하든 묻지마 투표가 이번에도 이어졌다. 여기에 20·30대를 중심으로 남녀 갈등까지 나타나며 대한민국은 더 쪼개졌다. 세계적으로도 경쟁이 심한 나라인데 이제는 나 아니면 모두 적이 되었다.

그러기에 이 대통령은 일치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윤석열 정권처럼 강성 지지층과 측근에 둘러싸여 한쪽의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을 통제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안 된다. 국회를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꼭 지키길 기도한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했다. 자신의 경제정책을 ‘잘사니즘’과 ‘먹사니즘’이라고 불렀다. 취임사에서도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며 친기업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 대통령에게서 우리 공동체의 약자에 대한 관심이 적어 보여 걱정이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와 큰 차이가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동자와 서민·이주민·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도 탄핵의 광장에 있었다. 성장의 그늘이 없게 분배와 평등의 가치도 돌아보길 바란다.

또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을 살려내야 한다. 얼어붙은 남과 북의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원조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씨앗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뿌렸듯이 2027년에 있을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북한 청년들이 참가하며 끊어진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꿈꿨던 평양 방문을 레오 14세 교황이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27년에 세계청년대회가 열린다. 전 세계에서 최대 100만 명의 청년이 대한민국에 모여 희망과 일치의 장을 펼친다. 대회 기간 중 가톨릭교회 수장인 레오 14세 교황도 대한민국을 방문한다. 대회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새 정부의 도움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 세계인이 대회가 열리는 대한민국을 바라볼 것이다. 지난 잼버리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종교를 떠나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정부가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이 겸손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사법권을 제외한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가진 절대 권력이 되었다. 지난 정치활동에서 보여준 강한 언행이 지지자들에게는 통쾌했을지 모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이재명은 민주당 윤석열’로 바라보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여러 자리에서 “겸손하게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야 한다. 겸손은 힘들지 않다. 이 대통령 본인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하느님께서 은총 내려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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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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