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자전거를 수리하는 에밀 카폰 신부. OSV
[앵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6·25전쟁 당시 군종사제로 참전해 박애를 실천한 에밀 조지프 카폰 신부가 올해 2월 가경자로 선포됐습니다.
부상자와 포로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 선종한 카폰 신부의 발자취를 이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에밀 카폰 신부는 '6·25전쟁 의 성인'이자 '전장의 그리스도'로 불립니다.
1916년 미국 캔사스 주의 가난한 가정에서 출생한 카폰 신부는 1940년 사제품을 받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7월 미 육군 군종사제로 한국에 파견됩니다.
카폰 신부의 부대는 함경도 원산까지 진격하지만, 11월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막혀 포위됩니다.
카폰 신부는 몇 차례나 중공군 포위망을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대로 남아 부상병들을 보살피는 데 최선을 다합니다.
벽동 포로수용소로 옮겨진 카폰 신부와 부상병들은 평안북도의 매서운 겨울 추위와 굶주림으로 몹시 고통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수용소에서 6개월가량 지내면서 수용소 내 모든 장병의 영혼을 따뜻하게 위로해 준 목자였습니다.
자신의 음식을 나누는가 하면, 부상병을 치료하고 빨래를 대신해줬으며, 부상병이 총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손수 업어서 이동시켰습니다.
카폰 신부의 헌신적인 돌봄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본 중공군들도 카폰 신부를 진심으로 존경했다고 전해집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미 제7보병연대 군의관 이센스텐 대위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저는 유대교 신자이지만, 충심으로 신부님을 존경합니다. 카폰 신부님은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였고 우리에게 커다란 도덕적 기준이 되어 주셨습니다."
카폰 신부는 세균 감염으로 인해 한쪽 눈과 다리에 이상이 생겨 1951년, 만 35살에 선종합니다.
예수님을 닮은 카폰 신부의 희생과 투철한 신앙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황청은 2012년 카폰 신부의 시복 시성을 위한 조사에 돌입했으며, 이듬해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했습니다.
2021년에는 하와이 무명용사들의 묘에서 카폰 신부의 유해가 기적처럼 발견됐고, 같은 해 7월엔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등급인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습니다.
교황청은 올해 2월 카폰 신부를 복자 전 단계인 ‘가경자’로 선포하기에 이릅니다.
군종교구 이응석 신부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카폰 신부를 비롯한 6•25전쟁 희생자들을 기억해주기를 희망했습니다.
<이응석 신부 / 군종교구 총대리>
"우리가 어려울 때 도와준 많은 세계의 우방국들 도움이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항상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또 그들의 희생에 대해서 늘 기억하고 고마워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CPBC 이힘입니다.
에밀 카폰 신부. OS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