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질문하고 대화하며 평화 만들어가는 교육으로"
[앵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분단 80년이 되는 해입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앞두고 갈등과 평화교육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한반도 평화교육은 우리 자신 안에 깊게 뿌리내린 폭력성을 성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윤재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올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의 주제는 '갈등과 평화교육'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지만 우리 현실은 결코 평화롭지 않다며 새로운 평화의 길이 열리길 기대했습니다.
<이용훈 주교 / 주교회의 의장>
"이제는 남북 간, 지역 간, 계층 간 분열과 갈등, 편견과 아집의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와 화합의 길이 열리길 우리 모두 희망해야 하겠습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김주영 주교는 갈등이 해소되는 것을 바라기보다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김주영 주교 /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갈등을 어떻게 대화와 경청, 협력으로 극복하느냐, 이것이 늘 우리 삶 안에서의, 우리 민족의 어떤 현실 안에서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갈등심리와 평화교육'을 주제로 발표한 통일연구원 박주화 박사는 평화에 대한 무비판적 확신을 경계했습니다.
<박주화 박사 / 통일연구원>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평화가 절대적이고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나는 과연 어떤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런 의심의 순간들을 내가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나에게 그런 의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장, 그런 모임, 그런 대화가 이제 평화교육이 나아갈 바가 아닌가…."
평화교육은 단순히 옳은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질문하게 만드는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겁니다.
분단의 구조적 폭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도 살폈습니다.
박주화 박사는 우리 사회가 안보를 위해 감내해온 다양한 형태의 희생을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정당화하는 심리적 메카니즘에 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주화 박사 / 통일연구원>
"분단 속에서 살아왔던 모든 것들이, 많은 경우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라고 정당화가 되기 때문에 폭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평화교육은 바로 우리 자신 안에 내재화된 폭력성을 인식하고 성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설적으로 평화보다 폭력에 초점을 두고 평화교육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내놨습니다.
보이지 않는 평화보다 드러난 갈등과 폭력을 직시할 때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조건이나 접근법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평화의 길을 맹목적으로 걷지 않고, 함께 질문하고 대화하며 걸어가는 여정이 한반도 평화교육의 미래라고 밝혔습니다.
<박주화 박사 / 통일연구원>
"평화를 강요하고 설교하는 게 아니라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는, 평화를 구성해 나가는 그런 기회들이 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평화교육을 위한 전환을 주제로 발표한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함세정 박사는 지금의 평화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식의 단순한 해답 찾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PBC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