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콤튼 지역에서 시위대가 멕시코 국기를 들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반발해 대로변에서 시위하고 있다. OSV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민단속 반대시위’ 중 민간인이 구금되는 등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교회가 중재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대교구 교구장 호세 고메즈 대주교는 6일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우리 지역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자제와 침착’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테러리스트나 폭력 범죄자로 알려진 불법 이민자가 지역 사회에 함께한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데 동의하지만, 평범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이민자와 그 가족까지 두려움과 불안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단속할 필요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나라의 망가진 이민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최근 한 주 사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이 LA에서 불법 이민자 100여 명을 체포하며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촉발됐다.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주 방위군과 미 해병대 병력이 투입되면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미국 내 자국 군대가 시민 소요사태에 투입된 사례는 1992년 로드니 킹 폭행 사건 관련 LA 폭동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콤튼 지역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대원 앞에 화재로 전소된 차량이 대로변에 있다. OSV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이 과정에서 해병대가 윌셔 연방 건물 앞에서 한 남성 민간인을 구금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촬영한 사진에는 해병대가 한 남성의 손을 케이블 타이로 묶은 뒤 국토안보부(DHS) 소속 인력에 인계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는 현역 군인에 의한 민간인 첫 구금 사례로 알려졌다.
LA대교구는 9일 이민 태스크포스와 인도적 이민자 권리 연합, 중앙아메리카 자원 센터, LA 보이스 등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일요 저녁 촛불 기도 집회를 LA 시청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폭력 사태 탓에 연기했다. 대신 이들은 비폭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기도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