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는 ‘202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를 발표하고 “평화를 지키시는 주님의 제자가 되어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평화의 순례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김 주교는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평화의 순례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란 주제 담화에서 “2025년 을사년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우리는 광복 80주년을 벅찬 마음으로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단 80년을 아파하며 살아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위기와 기회는 언제나 비슷한 모습으로 찾아온다”며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와 그 뒤에 벌어진 일들도 위기와 기회가 잇따랐는데, 한국 사회는 폭력이 아닌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 덕분에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주교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는 ‘불신과 갈등의 늪’이었다”며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갈등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라고 전했다. 김 주교는 이를 “오랜 분단의 시간 동안 쌓인 이념 갈등의 결과”라며 “정서적 내전 상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그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주교는 “한반도 분단이 남긴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거두어 낼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 신앙으로 이 모든 갈등을 이겨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갈등을 이겨 낼 수 있는 첫걸음은 이 갈등을 풀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고, 희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울림과 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용기를 내어 화해의 손을 내밀어 보자”며 “주님께서는 이 화해의 손길 안에서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베풀어 주실 것”이라고 희망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