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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WYD] 이웃나라 ‘작은 교회’ 일본 청년들의 신앙 이야기

“서울에서 만나!” 일본 청년, WYD 향한 뜨거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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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청년들이 5월 25일 일본 도쿄 신세이카이칸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무라야마 미유우씨, 모리타 키리씨, 이날 인터뷰의 통역을 맡았던 동경한인본당 청년회장 배용완씨, 코미야 잇코우씨, 코사자 히지리씨.


전 세계적으로 ‘신앙의 변방’으로 불리는 아시아 가톨릭교회 가운데에서도 일본 교회는 ‘작은 교회’에 속한다. 신자 수는 통계상 인구의 0.5 해당하는 50여만 명 정도. 한국 교회 600여만 명의 10분의 1에 그치는 교세다. 그러나 작은 복음화 상황과는 달리, 일본 교회 신자 한 명 한 명의 신심은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작지만 오히려 더욱 똘똘 뭉쳐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곳이 일본 교회다.

일본 교회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관계에 놓여있는 한국 교회와도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며 동아시아의 평화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 때에도 적지 않은 일본 청년들이 참여해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5월 2주 동안 일본의 4개 교구에서 열린 WYD 십자가 순례 중 도쿄대교구 행사에 참여했던 일본 청년 신자 4명을 5월 25일 도쿄 ‘신세이카이칸’에서 만났다. 한국어로 ‘진생회관’인 이곳은 도쿄 가톨릭청년회관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날 만난 이들은 모두 도쿄대교구 주교좌대성당 소속 청년들로, 본당과 학교에서 사제·수도자들과 신앙생활을 열심히 이어가고 있는 ‘찐 청년 신자들’이다.

 
5월 10일 도쿄에서 열린 WYD 십자가 순례 행사에 참여한 모리타 키리(왼쪽)씨와 무라야마 미유우(오른쪽)씨.본인 제공


일본 청년도 함께 기뻐한 WYD 개최 “서울에서 만나!”

회관에서 만난 일본 청년 신자들은 각자 WYD 십자가·성모 성화 순례 때 받은 ‘서울 WYD 키링’과 배지를 들고 인터뷰에 참여했다. 기자와 만난 날은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도쿄를 순례한 지 보름이 지난 때였지만 청년들 얼굴에는 순례에 참여했던 기쁨이 생생히 남아있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2023년 8월 리스본 WYD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무라야마 미유우(마리아 베르나데트, 25)씨는 당시 리스본 파견 미사 현장에서 WYD 개최지 발표를 들으며 내 일처럼 기뻤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컸다고 했다. 미유우씨는 “다음 대회가 우리 이웃인 한국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 마치 우리나라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처럼 즐거웠던 기억이 아직 선하다”고 회상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서울 WYD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이도 있다. 온 가족이 가톨릭 신자라는 코사자 히지리(요한 사도, 22)씨는 서울 WYD 개최에 대한 소감을 묻자 “빨리 한국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서울에서 만나!”라고 우렁차게 외쳤다.

 
2023년 8월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무라야마 미유우(왼쪽 맨앞)씨가 함께 WYD에 참여한 일본 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본인 제공


‘할 수 있다’ 희망의 메시지 전해준 서울 WYD

일본 청년들이 이렇게까지 서울 WYD에 관심을 갖고 자기 일처럼 기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모리타 키리(후안 디에고 쿠아우틀라토아친, 22)씨는 “신앙과 믿음을 향한 다른 이들의 관심을 더욱 잘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키리씨는 “일본 내에 천주교 신자, 그 가운데 청년 신자는 ‘소수 중의 소수’”라며 “한국 역시 우리와 비슷하게 그리스도교 문화권이 아님에도 WYD 같은 큰 대회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WYD가 신앙을 지닌 이들에 대한 시선을 바꿀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소수’로 살아가는 일본 젊은이들에게도 2027 서울 WYD 개최 소식은 ‘주류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일본 교회에서는 4월 29일 일본 후쿠오카교구에서 열린 WYD 십자가·성모 성화 순례에만 400여 명의 신자가 운집해 함께 기쁨을 나눴다. 이날 순례 행사는 WYD 참가 경험이 없는 신자들에게도 기대감을 품게 해주는 기회가 됐다. 이러한 기대감은 이날 만난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5월 10일 도쿄에서 열린 WYD 십자가 순례 행사에 참여하며 처음 WYD 관련 행사에 임한 코미야 잇코우(크리스토퍼, 23)씨는 “WYD 십자가 앞에서 또래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십자가를 앞세우며 순례할 때 모두가 신앙 속에 하나라는 엄청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비단 같은 공간에 있는 신자들뿐만 아니라 WYD 십자가가 순례해온 많은 나라의 신자들 역시 이 십자가를 통해 하나가 되었을 것이고, 제가 그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니 심장이 뛰었다”고 했다. 이어 “사전 성격의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순례도 이렇게 좋은데, 본 행사에서는 어떤 신앙 체험을 할 수 있을지 벌써 기대된다”며 눈을 반짝였다.

 


한데 똘똘 뭉친 작은 공동체

일본 청년들은 자신들이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교회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미유우씨는 “일본 교회가 작다고 하지만 그 안에도 열성적인 신자들은 많다”며 “작은 공동체인 덕분에 모인 사람들과 더욱 깊은 친교를 나눌 기회가 많고, 자연스럽게 더 뭉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리씨는 “규모와 상관없이 신앙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과 친교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큰 은혜”라며 “일본은 일본인 신자 외에도 외국인 신자의 비중이 큰데, 신앙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보편되고 하나 된 영적 체험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점은 우리 일본 교회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만 작은 교회 특성상 보이지 않는 소외를 느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키리씨는 “일본 내에는 그리스도인이 적다 보니 주일마다 미사에 참여하거나 본당 활동 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또래 중에는 종교 자체가 없는 이들이 많아 같은 신앙을 지닌 이들이 아니면 신앙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매우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잇코우씨는 “우연한 기회에 한일주교교류모임과 한일청년교류모임을 통해 한국 교회 신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한국 신자들이 신앙을 당당하게 고백하고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며 큰 부러움을 느꼈다”며 “서울 WYD를 앞두고 한국 교회 신자들과 더욱 자주 교류하면서 당당하게 신앙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배우고 왔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한일 수교 60주년, 양국 교회가 희망 전해야

일본 청년들은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안보와 경제·사회·문화 면에서 복잡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한일 양국 사이에서 두 나라 교회가 평화와 일치를 위한 희망의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잇코우씨는 “한국 교회 관계자와 교류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역사 문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야기의 방향이 반성과 사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희망과 일치를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며 “특히 양국 교회가 신앙을 바탕으로 대화에 임하고, 양국 사이 진정한 화해와 친교가 싹틀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으면 한다”고 기도했다.

잇코우씨는 또 “갈등하는 이들이 다시금 평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문제를 직접 대면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앞장서서 친교와 일치를 바탕으로 평화를 위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전쟁의 소용돌이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도 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쿄=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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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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