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희망을 이야기할 때 ‘앞으로 잘 될 거야, 희망하면 돼!’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희망, 예수는 죽음으로써 끝나지 않고 부활하셔서 우리의 주님이 되셨다는 것을 고백했던 그 신앙 고백이 참된 희망임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희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0일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 회관 3층 강당.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김연범 신부는 ‘희년’을 주제로 열린 본당 수도자 연수에서 “우리는 희년이 되면 ‘기쁘고 재밌게 지내면 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희년에 무슨 행사를 할지, 무엇을 먹고 마시며 즐길지를 먼저 떠올린다”고 지적했다.
“친교라는 단어도 의미를 잃어가고 있죠. 코이노니아를 뜻하는 ‘친교’라는 신학적 단어도 본당에서 먹고 마시는 데 쓰이죠. 여기서 친교는 삼위일체의 친교, 즉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친교를 뜻하는데, 어쩌다 보니 삼위일체의 하느님이 ‘치맥’ 정도로 변한 느낌이에요.”(웃음)
김 신부는 “구약 성경에서 희년은 ‘해방의 해’를 의미하며, 종이 된 유다인들을 해방해주고 땅을 원주인에게 다시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희년은 세상 만물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기억하고, 거룩함의 본성을 회복하는 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희년은 가톨릭교회가 25년마다 맞이하는 은총의 해로,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선포되는 ‘성년’”이라며 “1300년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이 처음 선포했고, 1475년 바오로 2세 교황이 희년을 25년 주기로 거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정기 희년의 주기를 5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한 것은 평생 한 번이라도 희년의 기쁨을 체험하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교황의 특별 지향에 따른 ‘특별 희년’이 자주 선포되면서 희년의 의미가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도 아쉬움을 전했다.
김 신부는 희년을 잘 살기 위한 일곱 가지 키워드로 ‘순례·성문·화해·기도·전례·신앙고백·대사’를 제시했다. 이어 “우리는 희년하면 ‘전대사’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희년은 전대사를 받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룩함의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며, 하느님의 선물인 대사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김 신부는 또 “희년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오히려 희년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 때에 본당에 계신 수녀님들이 다시 희년의 의미를 묵상하고, 그 기쁨을 신자들에게 나눠주시면 좋겠다”며 “희년은 우리가 은총을 받아야 하는 해이자 구원의 해이며, 거룩해져야 할 기쁨의 해라는 점을 수녀님들이 삶으로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목국은 11월 18일에는 ‘2026년 사목교서 및 WYD’를 주제로 본당 수도자 연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