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편안한 꿈CUM _ 음악 (3)
“누가 이 악보를 유출시켰는지 당장 알아내시오! 그를 찾아내어 당장 엄벌에 처할 것이오!”
1770년 어느 날 로마 교황청에서는 난리가 났다. ‘Miserere mei Deus’(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악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 곡은 1638년에 교황청 소속 작곡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Gregorio Allegri, 1582~1652)가 다윗의 참회 시편을 가사로 작곡한 곡으로, 로마 교황청 시스티나 경당에서 오직 1년에 딱 한 번 성주간 성금요일 전례 때만 불려지는 곡이다. 이 곡은 5성부의 코러스 그룹과 4성부 그룹이 교창하는 합창곡으로, 최고음을 하이C(도)까지 올린 고음은 전율을 일으키는데, 신에 대한 경외심과 신비로움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으로 당시 성가곡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던 곡이다.
노래가 고조될수록 촛불이 하나씩 꺼지면서 완전한 어둠에서 교황과 추기경들이 제단 앞에 꿇어 엎드린 채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리는 경건한 의식에 연주됐던 곡이다. 우르바노 8세 교황은 이 노래는 매년 성 금요일에 딱 한번 로마 성 시스티나 경당에서만 부르도록 지시하고, 너무나 아름답고 신성한 곡이므로 성가단원들에게도 파트보만 나눠주고 연주가 끝나면 모두 걷어서 필사와 유출을 금지시켰던 곡이다.
그런데 로마의 거리에서 이 노래의 선율을 부르는 이들이 있다는 소식에 교황청에서는 유출자를 찾기 위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그 범인은 다름 아닌 당시 13세로 음악의 신동으로 불리우는 소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였다.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그는 연주 여행 중 이 곡을 듣기 위해 시스티나 경당에서 성 금요일 미사에 참례했는데, 한번 듣고 숙소로 돌아와 그대로 악보로 그려낸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 교황은 그를 벌하기보다 그의 천재성에 감동하여 그를 칭찬하고 훈장까지 수여하게 된다.
모차르트의 음악적 천재성이 잘 드러난 일화이다. 우리는 흔히 살리에리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하는데 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적 재능을 지닌 1인자를 넘지 못하는 2인자가 아픔 속에 자괴하는 것은 말할 때 흔히 쓰는 말이 되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궁정 악장이였더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그를 부러워하고 시기 질투하여 독살까지 한다는 소설가 푸시킨의 희극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다루어진 소재이다. 사실 이것은 각색한 것이지 사실과는 다르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성만큼은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남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우리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천재적인 재능은 철저한 교육과 개인적인 노력의 결과였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글 _ 김화수 (유스티나, 수원교구 분당구미동본당)
작곡과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수원교구 분당성루카본당 성가대 지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