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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푸른 산호초와 진격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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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에 푸른 줄무늬 티셔츠와 하얀 치마를 입은 가수 ‘하니’가 부른 노래에 일본 도쿄돔에 모인 9만여 명의 일본 팬들은 환호성을 터트렸습니다. 일본의 국민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가 1980년대에 불렀던 노래 ‘푸른 산호초’의 첫 소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경제 최고의 호황기였던 80년대의 감수성을 여전히 가진 일본인의 마음을 한국 가수가 흔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노래 하나로 일본과 한국의 마음이 통한 순간이었습니다.

‘과거를 딛고 미래로’라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한국 정부가 점진적으로 일본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해가 1998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0여 년 동안, 한·일 간 문화교류는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를 극장에서 본 한국인은 지금도 부지런히 ‘오겡끼데스카’를 외치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와 ‘드래곤 볼’을 본 부모는 ‘진격의 거인’을 본 자녀들과 일본 여행을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한 나라는 일본입니다. 작년에만 우리나라 사람 880여 만 명이 여행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일본 소도시를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가는 직항 노선만 31개가 됩니다. 그리고 이제 한·일 관계는 ‘실용외교’라는 이름으로 한 번 더 발전하려고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정상은 수시로 상호 방문과 교류하는 ‘셔틀외교’에 대한 의지도 확인하며, 이를 위해 더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념을 탈피한 ‘실용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물론 과거사 문제에 일본이 바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태도로 인해 양국 관계는 여전히 불편합니다. 강제 징용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양국 간에 의견 차이가 현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과거사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한·일 관계를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일부 정치인은 선거가 가까이 오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위기이다 싶으면 뜬금없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외칩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선거가 가까이 오면 일부 정치인이 ‘친일’하는 ‘토착 왜구’를 몰아내자며 ‘죽창가’를 불렀습니다. 모두 양국에 대한 혐오와 민족주의 감정을 이용했습니다. 정치적 위기 돌파의 도구로 한일 관계를 이용한 겁니다 

이번 달 22일은 한·일 국교 정상화 협정 6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푸른 산호초’와 ‘진격의 거인’으로 대표되는 문화교류가 이어졌듯이, 지난 60년을 바탕으로 이제는 협력의 선례들을 차례차례 쌓아나가야 합니다. 한·일 양국 간에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찾아 나서며 상호 협력해야 합니다. 미·중 경쟁,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 국제 정세의 급변 속에서 한·일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과거를 딛고 미래로’라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다시 되새겨야 할 시기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푸른 산호초와 진격의 거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에 따라 한·일 관계가 발전적 협력으로 신뢰를 만들어 가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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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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