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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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살았다

[월간 꿈 CUM] 명강론 명강의 (4)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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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오늘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미사 강론을 준비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일 세례자 요한과 같은 소명을 받았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 문제를 묵상하기 위해, 세례자 요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세례자 요한과 관련해 루카 복음은 단편적이나마 그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요한의 탄생은 당시 지역사회에 회자되었을 정도로 특별한 사건이었습니다.(루카 1,57-66 참조) 아버지 즈카르야와 어머니 엘리사벳의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어쨌든, 우여곡절을 통해 태어난 요한은 성장한 후 고생을 자처합니다. 요한은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고생하며 살았습니다.(루카 1,80 참조) 요한은 그렇게 주님 오심을 준비했고, 마침내 주님을 만납니다.

그날!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러 오시자 요한은 당황했습니다. 예수님이 구세주라는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놀라고 황송했을까요. 그래서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내가 하자는 대로 좀 합시다”라고 합니다.(마태 3,14-15 참조)

예수님을 만나기 전, 요한이 구세주를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굉장히 외롭고 고단하고 힘든 삶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삶을 기꺼이 소명으로 여기고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게 만약 그런 삶을 살라고 한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저는 아마도 그 소명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성모님처럼 기꺼이 소명을 받아들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수많은 성인 성녀 중, 태어나신 날을 기념하는 분은 성모님과 세례자 요한, 두 분뿐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시는 데 있어서, 이 두 분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모님과 세례자 요한의 희생과 겸손, 순명을 통해 이 세상에 예수님이 오셨습니다. 자!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누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할까요. 바로 저와 여러분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모님과 세례자 요한처럼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위대한 소명을 성취해 내는 것은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전하는 소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이웃을 다양한 방식으로 대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방식으로 응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딱 한 가지 방식을 채택해야 합니다. 가족이건, 이웃이건, 처음 보는 사람이건 딱 한 가지 방법으로 응대해야 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방식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리스도의 형제 자매로서 세상 모든 사람을 응대해야 합니다.

우리의 표정 하나, 일거수일투족이 온전히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세례자 요한처럼, 성모님처럼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오도록 하는 그 엄청난 순명은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오신 그리스도를 세상에 전하는 일 정도는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실 저는 오늘 강론을 아주 짧게 하려고 했습니다. 세례자 요한 탄생 대축일이어서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라고 딱 한 마디만 말하고 강론을 마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의 탄생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우리가 세례자 요한을 통해 배우고 깨달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강론이 조금 길어졌습니다.

우리 각자가 맡은 소명,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다양한 방법으로 증거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각자 영유하는 다양한 공간 속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합니다.

성모님이나 세례자 요한처럼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이 세상에 모시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예수님과 함께 살며,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그 말씀을 세상에 전하면 됩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기쁩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기쁘게 그리스도와 함께 지내며, 이웃에게 그리스도를 알리는 행복한 삶이 되시길 빕니다. 아멘.

* 이용삼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시려면 유튜브 검색창에서 ‘이용삼 Joseph 신부’를 검색하면 됩니다.
 


글 _ 이용삼 신부 (요셉, 수원교구 백암본당 주임)
캘리그라피 _ 강은지 (체칠리아)
가톨릭글씨문화연구회 최우수작가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글씨로 여는 신앙을 키워나가기 위해 붓을 잡는, 소금별 캘리그라피 공방 대표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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