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시민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이란에서 전쟁을 멈춰라’라고 쓰인 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OSV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악화된 중동 정세가 지난 13일 발발 이후 열흘 만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렇지만 이 기간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 이후 미국까지 벙커버스터를 활용, 이란 포르도 등 핵시설을 공격하면서 중동의 정세가 급격히 흔들렸다. 보편 교회와 국제사회는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란이 즉시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첫 공격으로 이란 군사지도자 2명이 숨졌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을 감행했다. 공격 첫 3일 동안 이스라엘에서 최소 24명이 숨지고 이란에서만 최소 2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폭격 피해지 인근에서 소녀가 인형을 들고 서 있다. OSV 분류 부서
21일 미 공군은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을 개시해 벙커버스터로 포르도 등 3개 지역 핵시설을 집중 타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위성기업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포르도 핵시설 사진을 공개하며 벙커버스터 폭탄이 관통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 6곳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격 직후 소셜미디어에 “이란 핵시설 공격은 ‘기념비적’”이라고 자평했다. 미국이 개입한 직후 이란도 카타르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등 보복했지만 제한적 공격에 머물렀고, 23일 휴전 소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가 다시 악회된 이유에 대해 이란의 핵 위협이 현실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79년 이란은 보수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면서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 이란의 핵무기를 철폐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설명이다.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박현도(스테파노) 교수는 “무엇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공격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김혁 교수는 “이미 미국의 공격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이란이 바로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굴복하는 것이 되기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도 이스라엘의 요구에 응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 입장에서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정세가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무력충돌을 감행했다”며 “이스라엘과 이란은 국경을 접하지 않아 거리가 있고, 이스라엘 측도 사용가능한 탄도 미사일이 제한돼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국제사회가 공조해 이란을 국제 무대에 끌어내기 위해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이란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17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이 서방 세계의 대리전을 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야론 사이드먼 주교황청 이스라엘대사는 “지구 상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으로부터 핵무기를 빼앗음으로써 제3차 대전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은 중동 정세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최근 귀국한 박 교수는 “이란과 두바이 간 교역 규모가 상당한데, 현재 물류 이동이 꽉 막혔다”면서 “현지 교민들도 물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저희 학과 많은 학생들이 이란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정부의 조치가 빨라 교민 절반 이상이 이미 무사히 탈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