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000만 명 이상이 찾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탄소 발자국을 ‘0’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대성전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500년 묵은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 관리 기관 산하 과학위원회는 대성전의 환경 및 에너지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 계획과 그간 성과를 알리고자 최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2년 개시됐으며 대성전과 산타 마르타의 집, 모자이크 스튜디오 등이 포함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와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더불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및 유럽 그린딜과 연계한다. 과학위원회는 탄소 순 배출량 ‘0’을 위해 기후위기 대응 관련 에너지·엔지니어·대기질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됐다.
바티칸 시국 교황 총대리 겸 대성전 대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프로젝트 목표는 대성전을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집’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라 문명의 일부가 됐다. 기후위기 대처가 시급하기에 우리 계획의 선견지명과 우수성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밀라노공과대학교 니콜로 아스테 교수는 “대성전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에너지 소비량을 분석하고 에너지·환경·경제 측면의 편익을 정량화해 효율 향상 방안을 가설화했다”며 “특히 잔여 (탄소) 배출량 상쇄 전략 수립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성전 통로의 경우 LED 램프를 사용해 조명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했으며 내부 공기 재생과 냉·난방을 위한 자연 환기 시스템도 개발했다”면서 “에어컨 전력 소비량을 현재보다 48~57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5~72까지 감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성전은 1593년 완공됐으며 프레스코나 모자이크 등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과 전례 중 분향에 따른 연기 등으로 대기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였다. 하루 평균 4만 5000명, 올해 특히 정기 희년으로 두 배에 이르는 9만 명이 대성전을 찾는데 순례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공기질 개선에도 힘썼다.
바리알도모로 대학교 잔루이지 데 젠나로 교수는 “대기질 개선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라며 “이탈리아 신기술·에너지 및 지속가능한 경제개발기관(ENEA)이 2023년부터 평가를 수행했고, 효율적인 자연 환기 시스템을 구축해 오염 물질을 쉽게 분산하게 했다”고 전했다.
과학위원회 코디네이터 발테르 가나피니 박사는 “대성전 내부 7곳에 설치된 센서로 이산화탄소·휘발성 유기화합물·미세먼지·온도·상대습도·라돈 등을 측정한다”며 “오염물질 노출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위험을 방지하고, 실내 환기 자동화 등을 활성화하며,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 등 작품 관리에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