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가 중요할까?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초기에 교황청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군중의 규모를 두고 논쟁이 뜨거웠다. 2013년 선출 이후, 그는 수요 일반알현에서 엄청난 인파를 끌어모으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15~2016년경부터 참석자 수가 감소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판적인 이들은 ‘프란치스코 효과’가 이미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레오 14세 교황의 ‘허니문’ 기간이다.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은 실로 인상적이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희년의 영향도 크다. 희년을 맞아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영원한 도시’ 로마에 몰려들고 있다. 희년이 끝나고 ‘미국 태생 최초의 교황’이라는 신선함마저 사라진 후에도 레오 14세 교황이 계속해서 이 같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많은 가톨릭신자가 진심으로 그에게 매료된 듯하다. 아마도 그가 비교적 전통적인 가톨릭 메시지를 강조하며 기도와 영성을 중심에 두고, 정치적인 발언은 자제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는 따뜻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많은 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인물로 비치고 있다. 비교적 마른 체형에 크지 않은 키, 그리고 전임자보다 조금 더 젊은 나이에 즉위한 그는 이미 교황직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가고 있다.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전 세계는 그의 행보에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는 교회 내 신뢰 회복이었다. 바티칸 시국과 로마교구에서 일하는 평신도와 성직자, 그리고 교황청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다시 세우는 것이었다.
이들 중 다수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시절, 소외되거나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했지만, 동료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재위 초기에 다양한 단체와 직접 만나며 ‘관계 회복’에 집중했다. 지난 5월 24일에는 교황청과 바티칸 시국, 로마교구 직원들을 만나 “교황은 죽어도 교황청은 남는다”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이 다른 방식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암시했다. 6월 10일에는 전 세계 교황대사들과의 만남에서 교회가 주교 선출 등 핵심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교황대사들의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이어 6월 12일에는 로마교구 사제단과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면서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함께 걷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되찾다’(Regain)라는 표현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12년 동안 일부 사제들이 평온하지 못했음을 은연중에 시사하는 말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왜 레오 14세 교황이 이런 ‘회복’ 작업을 해야 하는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전임 교황은 전 세계 수많은 가톨릭신자에게 깊은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교회 내 전통주의자들 사이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초기부터 ‘성당 안에 머무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나가는 교회’를 강조했다. 가난한 이들, 이주민, 환경 문제, 전쟁 반대 등 현실적인 이슈들을 정면으로 다루며, 교회의 목소리를 세상에 적극 전달했다. 그의 일반알현이나 주일 삼종기도는 자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즉흥적인 발언과 인도주의적 제스처는 세속 언론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아직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카리스마의 차이든 간에 그는 평화에 관한 일반적인 메시지를 제외하면 정치적인 발언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마디로 뉴스를 만들어냈던 일반알현과는 달리, 레오 14세 교황의 일반알현은 언론이 관심 가질 만한 화제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말자.
이러한 변화가 교황이 더 이상 교회의 유일한 목소리이자 중심이 되는 구조에서 벗어나게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또한 과도한 기대는 자제해야 할 일이다. 지금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교황이 제시하는 주제나 문제보다는, 그 존재 자체에 더 열광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경건한 신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세속 언론에는 그리 흥미로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