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영성센터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설립 30주년 기념학술회의 중 종합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22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영성센터에서 설립 30주년 기념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서울 민화위 산하 평화나눔연구소(소장 정수용 신부)가 주관하고 사단법인 우니타스가 후원한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지난 30년간 민화위가 이어온 교회사적 의미를 고찰하고, 국제관계 속 현재 위치를 진단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기조연설에서 “서울 민화위는 광복 50주년을 맞아 민족의 평화와 화해, 일치를 이루지 못한 현실에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출범했다”며 “교회는 민족 공동체의 화해와 일치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구성원 모두에게 참회와 용서의 용기를 북돋아 증오를 사랑으로, 불화를 화해로, 분단을 일치로 이끌어나가고자 의미와 목표를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현재는 남북관계 악화로 많은 활동이 중단됐지만, 우리 교회는 북녘 형제자매들에 대한 형제애 회복 측면에서 관심과 연민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새 정부가 북한에 포용적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면서도, 북한의 문을 여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교회 안팎의 많은 분들에게 기도와 지혜를 청하고자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는 “한국천주교회 200주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982년 발족한 ‘북한선교부’는 지속적인 북한선교를 위한 기구로 주교회의 산하 ‘북한선교위원회’로 발전했고, 광복 50주년을 앞두고 ‘북한선교’라는 개념에서 ‘민족화해’로 인식 전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신부는 이어 “무엇보다 ‘민족화해’를 우선 내세움으로써 먼저 성찰하고 용서하는 것을 실천하고자 했다”며 “비록 개성공단 폐쇄, 북한 핵무기 개발 및 잦은 도발 등 악재들이 많았으나 서울 민화위는 기도·연구·나눔을 꾸준히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김선필(베드로) 선임 연구원은 토론에서 “민족화해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 일상의 평화를 바라보며 노력하는 서울 민화위의 모습은 교회사적으로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변화되고 있는 한국 교회 역할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태균(가브리엘) 교수는 그동안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주요 변수로 한미연합훈련·대북전단·유엔제재를 꼽았다. 박 교수는 “지난 30년간 통일이라는 목표가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신뢰보다 불신이 더 커졌다”며 “남북관계가 좋을 때에도 긴장은 계속됐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현재 핵과 미사일, 북중러 관계 복원과 북미 정상회담, 일본에 대한 전문 등을 통해 대외적 자신감이 생겼다”며 “국제관계 속 새 정부의 역할과 화해·평화를 위한 성찰과 노력이라는 교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변진흥(야고보) 자문위원은 “서울 민화위 설립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시대의 표징’으로 선명히 드러내는 출발선이었다”면서도 “남북 관계 단절 속에 불거진 한반도 ‘두 국가론’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탐색해보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족 복음화’란 용어 사용 병행으로 민족화해 개념 확장성 도모 △북한의 경제발전 계획 과정에 투영될 수 있는 대북협력 등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의 성격과 방식 전환 △북한 복음화에 맞물린 교계제도 차원의 한시적 조치 검토 △한·미·일 주교회의 연대 등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향한 노력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