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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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환 평화칼럼] 평신도의 역할

서지환 요한 바오로(청년 생명운동가·도림동교육센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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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란 무엇인가. 성당에 가는 것인가? 주일 미사에 안 빠지는 것인가? 전례부나 성당 내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인가? 많은 분한테 “믿는다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주변에서 몇 번이나 겪었다. “지환아, 나 열심히 믿기로 했어. 이번에 성가대 가입도 하고 주일 미사 안 빠지려고” “나 이번에 교사하게 됐는데···” “한동안 안 나갔는데 이번에···”.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당연히 기분이 좋다. 우리 신앙은 공동체 안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혼자 믿으면 교회 공동체적 차원을 잃어버릴 수 있고 신앙이 점점 약해져 자신만의 방식으로 믿음을 재단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란 게 어떤 교리에 동의하거나 성당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에 응답해 누군가를 따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예수님이시다. 우리는 예수님을 사랑하니까 성당에 다니는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시작 부분이 떠오른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말로 자기 삶의 근본적인 결단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 즉 예수님을 만나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된다. 이 만남은 우리 삶 전체를 바꾸는 사건이다. 단지 성당 안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자리에서 이어져야 한다. 특히 평신도들에게는 세상 안에서 이어져야 한다.

하느님은 우리를 교회 안으로 부르시지만, 동시에 교회 밖으로 파견하신다. 특별히 평신도는 세상 한가운데에서, 가정과 직장·학교·사회생활 속에서 복음을 드러내는 사명을 받았다. 단순히 성당 봉사나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그 ‘현장’에서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라는 부르심이다.

역사적·사회적 배경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성직주의 문제가 더 심각한 편이다. 그래서 많은 신자는 평신도의 사명을 단순히 ‘사제의 일을 돕는 역할’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고 고유한 사명이 있다.

이 점에서 내 수호성인이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평신도 그리스도인」이라는 문헌이 많은 영감을 준다. 특히 15항에서는 평신도의 사명이 단순히 성직자를 ‘보조’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평신도만의 고유한 ‘세속성’을 깊이 설명한다. 평신도는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세상 일들을 하느님 뜻에 따라 질서를 세우며 그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사명을 지닌 존재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오푸스데이 안에서 내 신앙과 사명을 더욱 구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마침 6월 26일은 오푸스데이 설립자이신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축일이기도 하다. 오푸스데이의 영성은 바로 이 평신도의 세속적 사명을 중심에 두고 있다. 즉 일상생활을 거룩하게 만드는 것으로, 가정·일·우정·공부·사회생활 모든 평범한 활동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성화를 이루는 것. 이것이 오푸스데이가 교회 안에서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가끔 상상해본다. 어떤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나 진짜 믿음대로 살기로 했어. 그래서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제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내가 하는 모든 일 위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그분이 드러나게 하고 싶어.”

그날이 곧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니, 어쩌면 이미 우리 곁에 복음 속 누룩처럼 그런 이들이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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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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