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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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회

[월간 꿈 CUM] 구약 _ 요나가 내게 말을 건네다(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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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서 죽을 지경입니다.”(요나 4,9)

분명 세상은 인간이 살기에 너무도 편리해지고 안락해졌는데, 삶은 어쩐 일인지 점점 더 팍팍해지고 더욱더 화를 참지 못하는 폭력적인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묻지 마 살인, 불특정 다수를 향한 복수의 칼부림, 자신만의 끝없는 절망의 나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수많은 슬픈 죽음, 타인을 향한 악의적인 표현과 언행, 갑질 문화와 그로 인한 죽음의 상처…. 과연 이 같은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치유 가능한 밝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시야를 더 넓혀 보면 세상의 모습은 더욱 끔찍한 죽음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잔인해지는 전쟁의 소용돌이, 세계 각국의 멈추지 않는 전쟁과 미치광이 지도자들, 계속 파괴되고 있는 지구의 환경, 그로 인한 인간과 자연의 절규, 이 끔찍함을 일찍이 아셨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탄식합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

숨이 막힐 듯한 공해와 죽음의 문화가 판을 치고 그로 인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데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학교 교육은 황폐해져 교사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학생들은 경쟁사회의 중압감에 짓눌려 숨을 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가장의 자리를 잃어버린 지 오래고 돈벌이 기계로 전락하여 한숨을 쉬고, 젊은이들은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한탕주의로 가진 것을 탕진하고, 그로 인해 분노는 더 쌓여져 가고 죽음의 악순환은 계속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같이 답답하고 꽉 막힌 절망적인 현실을 이미 예전에 이동하 작가는 예언자적인 혜안으로 이렇게 토해냈습니다.

“머리는 세금고지서와 결재서류와 자식 걱정으로 짓눌려 있으며, 가슴은 오염된 음식을 먹는 동안에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다. 가는 데마다 버티고 있는 엄청난 높이의 빌딩들에 기가 죽고, 만원버스에 시달리느라 맥이 빠진다. 생각해 보면 젊음은 고작 별장의 사진이 되어 앨범 속에 갇혔고, 이제 남은 세월이 확실히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늙고 죽어 간다는 사실뿐이다.”(이동하, 「신의 침묵에 대한 질문」, 세계사, 161~162쪽)

때문에 그 옛날 시편의 시인도 같은 탄식을 하였습니다.

“저희의 햇수는 칠십 년 근력이 좋으면 팔십 년. 그 가운데 자랑거리라 해도 고생과 고통이며 어느새 지나쳐 버리니, 저희는 나는 듯 사라집니다.”(시편 90,10)

그리고 시인은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죽음의 올가미가 나를 에우고 저승의 공포가 나를 덮쳐 나는 고난과 근심에 사로잡혔네. 이에 나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불렀네. ‘아, 주님 제 목숨을 살려주소서.’”(시편 116,3-4)

그런데 이 모든 분노와 죽음의 사회를 만든 장본인은 우리들 자신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분노와 죽음을 이겨내는 것도 우리들에게 달려있는 것입니다. 진정 우리는 너무도 교만하였습니다. 태초의 에덴동산에서 원조들이 그랬듯이 우리 또한 탐욕과 교만의 원죄를 그대로 이어받아 마지막 하나까지 먹어치우려 하였고, 인간과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신성의 고귀한 자리까지 넘보는 대죄를 지었습니다. 인간의 교만이 극에 달해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신봉하였으며, 돈의 우상을 섬겼습니다.

늘 자신만을 생각하는 지극한 이기주의를 살았고, 이웃의 아픔을 못 본 체하는 냉소적인 무관심으로 살았습니다. 순수한 어린이의 동심을 잃어버렸고, 급기야 하느님까지 잃어버렸습니다. 엉망이 된 이 세상을 바로잡아 새 창조의 질서를 확립하는 길은 주님 말씀의 따름에 있습니다. 그 길은 ‘사랑’과 ‘죽음’에 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여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하며,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요나는 다시 제게 말을 건네옵니다.

“제가 화를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제 비뚤어진 신앙관과 교만과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하느님을 잊고 스스로 심판자가 되려는 크나큰 불경을 저질렀습니다.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글 _ 배광하 신부 (치리아코, 춘천교구 미원본당 주임)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배광하 신부는 1992년 사제가 됐다. 하느님과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며, 그 교감을 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삽화 _ 김 사무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건축 디자이너이며, 제주 아마추어 미술인 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 중문. 강정. 삼양 등지에서 수채화 위주의 그림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건축 인테리어 회사인 Design SAM의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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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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