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엘파소에서 열린 이주민 대량 추방 반대 시위에 함께한 미국 교회 사제단.OSV
감세와 복지 축소, 이민 단속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미국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종교계 전체가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 주교회의는 생명권 보장 등 일부 조항에는 동의하면서도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안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주교회의(USCCB)는 트럼프 정부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상원 심의를 앞둔 6월 26일 미 의원에게 전하는 서한 형식의 성명을 발표하고 “부유한 계층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복지를 축소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의 세금을 인상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 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소득세·법인세 감면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담긴 940쪽 분량의 감세안이다. 법안에는 개인 소득세율·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국방·국경 예산 증액, 이주민 단속 강화 및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 메디케이드·푸드 스탬프 등 복지 지출 삭감을 명시한 조항이 포함됐다. 부자들에겐 감세하고, 어려운 이들에겐 등을 돌리는 법안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주교회의는 “해당 법안에 미국의 최대 피임· 낙태 후원 기관인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지원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담기는 등 인간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증진하고 관련 교육에 대한 부모의 선택권을 지지하는 조항이 포함된 점은 칭찬할만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더 많은 인간 생명과 그들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법안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미국 오하이오주 제인스빌에 설치된 '푸드 뱅크'에서 한 주민이 자원봉사자로부터 식료품을 받고 있다. OSV
미 주교회의는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위해 취약계층 대상 공공 의료보조 제도나 저소득층 식료품 소비 지원 제도 등 복지 정책을 축소한다면 가난한 이들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일부 시골 병원들은 문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예산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구의 미래인 어린이들과 태아의 건강을 해치는 환경오염을 내버려두고 기후 변화에 대한 회복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교회는 개신교·유다교·이슬람교 등 종교계와 함께 법안 수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미 의회에 전하기도 했다. 미 종교계 공동 서한에는 워싱턴대교구장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과 뉴워크대교구장 조셉 토빈 추기경 등 주교 20명이 서명했다.
미 종교계의 공동행동에 동참한 존 웨스터(미국 산타페대교구장) 대주교는 OSV news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의 또 다른 문제는 이주민에 대한 대량 추방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합법적 거주자는 물론, 망명 신청자·난민 탄압을 예고하는 것으로 도움을 찾아 우리나라를 찾은 취약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사회 전체의 도덕적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