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회가 올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탈핵’의 중요성을 다시금 선포했다. 특히 성명이 발표된 기간 중 중동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는 6월 20일 ‘2025 핵무기 폐기 선언’ 성명을 발표하고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생존자들은 여전히 피폭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원폭 생존자와 더불어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희생된 역사를 되새기면서 핵무기 철폐를 위해 강력히 선언한다”고 호소했다.
성명이 발표된 시점에는 이란의 핵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든 상황이었다.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공격했으며 성명 발표 이틀 뒤에는 미 공군이 벙커버스터를 활용, 고농축 우라늄이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 포르도 등 핵시설 3곳을 정밀 타격하는 등 지구촌 핵 위협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일본 주교회의는 “핵무기를 유지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고 인간 존엄성을 무력화한다”면서 “핵무기 투하는 광범위한 환경 파괴를 촉발하고 그 영향은 거대한 피해를 끼치는 등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폭 희생자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이어지는 원폭 개발·시험·생산·보유는 윤리적으로 허가돼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실제 국제 핵무기 폐기 캠페인(ICAN)에 따르면, 원폭 투하로 1945년 말까지 히로시마에서 14만 명, 나가사키에서 7만 4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자(히바쿠샤)들도 백혈병·암 등 여전히 큰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평화헌법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일본 주교회의는 “국가 간 갈등을 촉발하는 군비 보유를 억제하는 일본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며 “평화적 대화를 통한 공존에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국에 위협이 되는 핵무기 사용은 국제법에 따라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본 주교회의는 “복음을 따르는 우리는 탈핵, 평화의 완성과 인간 존엄성 및 모든 생명체의 수호를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며 4가지 선언을 발표했다. △핵무기 실체와 핵무기의 비인간성을 알릴 것 △국내외 탈핵 공동체와 연대하고 이 목표를 증진할 것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지지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빨리 비준하도록 촉구할 것 △다음 세대의 평화를 위한 교육 및 탈핵 인식 확산 활동을 전개할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