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마 현지 예술가 제주 4·3 진혼곡 협연
제주 4·3의 아픔과 화해를 담은 평화 메시지가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로마에 울려 퍼졌다.
6월 24일 로마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에 데이 마르티리 대성당에서 열린 제주 4·3 평화 미사와 레퀴엠 공연에서다. 레퀴엠은 죽은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뜻하는 진혼 미사 음악으로, 제주와 로마 현지 예술가들이 제주 4·3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협연했다. 이번 행사는 제주교구와 제주도가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전세계에 알리고, 궁극적으로 용서와 화해를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후원했다.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4·3은 1947년 삼일절 기념 제주도대회에서 경찰이 쏜 총에 주민 6명이 사망한 사건(3·1)이 발단이 됐다. 공산주의 정당 남조선노동당이 주도한 총파업과 무장봉기가 이어졌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됐다.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이번 공연은 제주 4·3의 아픔을 교황청과 국제무대에 세계적인 음악의 언어로 전달하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며 “회복을 의미하는 희년에 이념의 차이로 발생하는 적대적인 상황과 폭력을 진실과 정의로 치유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레퀴엠 공연 후 문 주교를 비롯한 제주교구·제주도 방문단은 동백꽃 배지를 단 레오 14세 교황 초상화를 교황청에 전달했다. 제주 출신 김형진(대건 안드레아) 화가가 그렸으며, 동백꽃 배지는 제주 4·3을 상징한다.
6월 25일 로마 알리에리 박물관에서는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 4·3 평화 국제포럼도 열렸다. 제주교구 복음화실 실장 현요안 신부는 “이번 로마 방문은 제주교구 신자들에게 단지 외국에서 치러진 의례가 아닌, 제주 땅에서 흘린 눈물과 피가 보편 교회의 심장에서 기억되고 새롭게 봉헌된 거룩한 순간”이라며 “교회가 이 역사적 아픔을 방관하지 않고 함께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의미를 전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