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태석 신부의 의과대학 후배인 예수회 남정수 신부가 2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사제서품식에서 초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예수회 한국관구 제공
[앵커]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사제가 된 이가 있습니다.
7월 2일 사제품을 받고 새 사제가 된 예수회 남정수 신부인데요.
이힘 기자가 남 신부를 만났습니다.
[기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예수회 사제 서품 미사.
새 사제 남정수 신부가 이 세상에서 죽고, 하느님께 봉사한다는 의미로 바닥에 엎드려 '부복 기도'를 바칩니다.
올해로 만 46살인 남 신부는 원래 의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남정수 신부 / 예수회 새 사제>
"아버지가 고3 때 조금 반대를 하시고 저도 (성소에) 확신은 없었어요. 가서 이렇게 평생을 사제로 산다는 게. 그래서 아버지가 기대하시는 거에 저도 적당히 맞추면서 남을 도울 수 있고, 좀 멋져 보여서 의대를 진학했던 거고…"
부모님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우수한 성적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한 남 신부.
하지만 젊은이가 가정과 사회,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발견하는 프로그램인 선택 주말에서 자신의 성소를 발견했습니다.
<남정수 신부 / 예수회 새 사제>
"선택 주말을 갔다가 하느님 체험을 깊이 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성당을) 재미로 다녔었고 하느님이라고 해도 나의 하느님이란 생각은 안 들었는데, 그 피정을 계기로 ‘아, 하느님이 정말 나를 사랑하시는구나…’"
'남수단의 성자'로 불리는 고 이태석 신부에게서 받은 선한 영향력은 남 신부가 성소를 굳건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태석 신부가 같은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동문이라는 점은 남 신부에게 더 큰 힘이 됐습니다.
<남정수 신부 / 예수회 새 사제>
"당시엔 (이태석 신부님이) 부제님이셨는데, 병원에 있던 임상병리사 선생님이 자기가 전망에서 군대에서 복무할 때 담당 군의관이 이태석 신부님이셨대요. 너무 잘해주셔서 이런 분이 있는데 아프리카 수단으로 파견되셨고 조만간 사제서품을 앞두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 학교 선배 중에 이런 분이 있구나…'"
남 신부는 예수회의 배려로 의사의 길도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외상환자를 다루는 외과보다는 수도회의 요청에 따라 내과의사로 전향했습니다.
성소를 식별하는 방법에 대해 남 신부는 "교구나 수도회는 성소 식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성소 식별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정수 신부 / 예수회 새 사제>
"제가 보기에 하느님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신다는 게.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방식으로 일하신다는 걸 새삼 한 사람 한 사람 통해서 제가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남 신부는 앞으로 "예수님 가까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제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CPBC 이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