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다가도 붙들어주는 손이 생겼어요"
[앵커] 김금희 작가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소설'로 새로운 독자층과 만났습니다.
「첫 여름, 완주」는 단지 형식만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신앙 여정과도 맞닿아 있는데요.
김정아 기자가 김금희 작가를 만났습니다.
[기자] 베스트셀러에 선정되고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흥행한 「첫 여름, 완주」.
책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듣는 소설'로 먼저 세상에 나왔습니다.
출판사 '무제'의 박정민 대표가 제안한 프로젝트에 김금희 작가는 흔쾌히 응했습니다.
새로운 형식이자, 새로운 독자들을 만날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김금희 마리아 / 「첫 여름, 완주」 저자>
"시각장애인 독자 분들 하면 우리가 점자나 이런 걸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음성 언어로 거의 80가 그걸 사용하고 계신다는 것도 사실 몰랐거든요."
김 작가는 소리로 독서하는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시각장애인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김금희 마리아 / 「첫 여름, 완주」 저자>
"왜냐하면 그 경험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이제 제가 알아야 쓸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실제 시각장애인 분들이랑 같이 독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되게 큰 용기를 주셨어요."
소설이 음성언어로 전달되는 만큼 김 작가는 촉각과 후각, 자연의 감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는 시각장애인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영감이었습니다.
「첫 여름, 완주」 여정의 시작은 김 작가가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작품 속 장소 '창세기 비디오'와 벽에 적힌 성경 구절, 할아버지의 말도 김 작가의 신앙생활에서 비롯됐습니다.
<김금희 마리아 / 「첫 여름, 완주」 저자>
"'창세기 비디오'도 당연히 제가 하고 있는 신앙생활에서 온 거고, 거기에 성경 구절도 사실 들어가 있어요. '불길이 사라지자 부드러운 속삭임이 들려왔다'라는 벽에 낙서가 있는데 성경 구절이고…"
2년 전 서울 공덕동본당에서 세례를 받은 김 작가.
우연히 들른 성당에서 주임 신부의 유쾌한 강론과 수도자의 따뜻한 환대로 자연스레 마음이 열렸다고 회상합니다.
<김금희 마리아 / 「첫 여름, 완주」 저자>
"전에는 뭔가 마음이 가라앉고 가라앉고 가라앉으면 끝 간 데 가라앉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가라앉다가도 이렇게 받쳐주시는 손이 계세요. 그래서 그 손을 잡는 기분이 들거든요."
「첫 여름, 완주」에도 신앙적 시선이 자연스레 녹아 있습니다.
신앙은 김 작가에게 희망과 사랑, 믿음이라는 단어를 다시 믿을 수 있게 했습니다.
<김금희 마리아 / 「첫 여름, 완주」 저자>
"너무 중요해서 너무 닳아버린, 현실에서는 닳아버린 단어들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 단어들을 되살리는 데 제가 가지고 있는 글 쓰는 일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고…"
세례를 받을 때, 김 작가는 "지혜를 청했다"고 고백합니다.
<김금희 마리아 / 「첫 여름, 완주」 저자>
"원하는 것 중에 하나가 죽기 전까지 최대한 내가 가지고 있는 불필요한 무지를 없애는 거, 그게 삶의 목표이기도 해서 천주교에 들어오면서 이 종교가 나한테 열어 보여줄 지혜의 세계를 기대하고 왔는데 그거는 정말 확실히 지금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문학과 종교의 역할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김 작가.
김 작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난민과 이민자의 삶에 주목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김금희 마리아 / 「첫 여름, 완주」 저자>
"지금 하늘나라에 계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책을 제가 너무 좋아했어요. 교황님은 늘 난민이나 이민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동하는 인간들에 대해서 생각을 요즘에는 많이 하고 있고…"
세상을 밝히는 신앙의 힘으로 김금희 작가는 또 한 번, 완주를 시작합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