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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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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권’(헌법 제10조) 행사는커녕 기초 의사소통도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인들 편에서 강제 탈시설에 반대해 온 가톨릭 사회복지계에 상처를 준 사건이 석달 전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애도 기간에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 종탑을 무단 점거하고 탈시설 주장 플래카드를 내걸며 농성과 집회를 벌였다. 한 수도권 교구 주교좌성당에도 허락 없이 들어가 교황 빈소의 영정을 배경으로 플래카드를 내걸고, 조문 온 신자들에게 ‘성부와 성령의 이름으로 투쟁’이라는 공격적 언사도 했다.

 

 

6월 3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거주시설 혁신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중교 신부(야고보·수원교구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 시설장)는 이를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으로 해석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독일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분석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개개인으로 보면 상식과 대화가 통하던 인간이 집단화하자,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비합리적 수단도 동원하고 아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개개인은 선량할 시민들이 집단 논리에 매몰돼 ‘대수롭지 않게’(Banal) 이행한 이해타산 때문에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실제로 피해를 봤다. 2022년 1월부터 탈시설 시범 사업이 진행되며, 장애인 당사자 중 3개월 만에 욕창 패혈증으로 사망하거나 2주 만에 장폐색으로 죽는 일이 속출했다. 그래서 기원하게 된다. 우리 모두 집단 헤게모니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를 맺으며 더 큰 참극을 막을 수 있기를.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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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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