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국에서 안락사 합법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입법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인간 생명의 본질과 존엄성을 깊이 위협하는 일이다. 가톨릭교회는 안락사를 단호히 반대한다. 안락사는 어떤 이유에서든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죽음을 유발하는 행위로, 그 본질은 ‘살인’이다.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고귀한 선물이며, 시작부터 끝까지 하느님만이 그 주인이시다. 따라서 생명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교회는 용납하지 않는다.
특히 사회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찬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은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증거다. 삶의 가치에 조건을 두고, 고통 중에 있는 생명은 죽어도 된다는 생각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는 고통이나 건강 상태로 측정될 수 없다. 모든 생명은 병들고 약해졌더라도 여전히 존귀하며 보호받아야 한다.
우리는 그 어떤 생명도 예외 없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 생명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심으로써 주신 선물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소명이다.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 위에, 모든 생명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우리가 세워야 할 참된 인간 문명이다.
안락사 허용은 문명의 진보가 아니라 퇴보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생명을 죽이는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연대하고 돌보는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생명을 위한 법, 생명을 위한 문화, 생명을 위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자. 생명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하느님의 명령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