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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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와 하루살이 같은 사두가이파

[월간 꿈 CUM] 경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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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메뚜기와 하루살이가 함께 놀았다.

저녁때가 되어 메뚜기가 하루살이에게 “우리 내일 만나 또 놀자!” 하고 말했다.

그러자 하루살이는 “내일이 뭔데?” 하고 물었다.

메뚜기가 내일을 잘 설명해주어도 하루살이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 메뚜기는 개구리와 함께 놀았다.

개구리가 곧 겨울이 다가오니 “우리 내년에 또 만나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메뚜기는 “내년이 언제지?” 하고 물었다.

개구리가 내년에 관해 자세히 가르쳐주었지만, 메뚜기는 통 알아듣지 못했다.

하루를 살다가 죽는 하루살이가 내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 해를 살다가 죽는 메뚜기가 내년을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내일과 내년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하루살이에게는 내일이란 없는 것이고, 메뚜기에게는 내년이란 없는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하루살이와 메뚜기의 처지를 바라보면서, 하느님께서 이사야 예언자에게 하신 아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겠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하늘이 땅 위에 더 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이사 55,8-9)

부활(復活)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파(Sadducee) 몇 사람이 예수님께 물었다.

일곱 형제 중 맏이가 아내를 맞아들였는데 자식이 없이 죽어, 둘째에 이어 나머지 형제가 모두 후사(後事)를 일으켜주기 위해 차례로 그녀를 데리고 살았다. 그러나 아무도 자식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그러면 부활 때에 그 여자는 일곱 형제 중 누구의 아내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가지만, 저세상에 참여하고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하는 이들은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으며, 천사들과 같아져 또다시 죽는 일도 없다. 또 그들은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다.(루카 20,27-40 참조)

사두가이파는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제사장과 귀족, 호족과 지주들로 이루어진 사두가이파는 사상적으로는 보수적이었고, 현세적으로는 그리스 문화에 개방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세 오경만 인정했다. 천사와 악마의 존재, 부활과 영혼불멸(靈魂不滅)을 부정했다.(마태 22, 23-33 참조)

이러한 사두가이파는 세속주의자들과 같았다.

세속주의(世俗主義, secularism)는 절대적 진리를 부인하고, 인간의 존재와 운명은 영원과 상관이 없이 현세적 입장에서 좌우된다는 사상이다. 이런 사상은 신앙과 모순되고, 종교와도 반대된다. 세속주의자들은 하느님의 뜻과 다르게 살 수밖에 없다. 시대정신에 따른 물질적 가치가 최고라고 하면서 종교적 가치관도 배제한다. 한 마디로 무신론, 무신앙, 무종교를 표방한다.

부활이 없다고 주장한 사두가이파와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생각하는 세속주의자들은 하루살이처럼 ‘내일’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며, 메뚜기처럼 ‘내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같다.

분명한 것은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며, 그리고 그분께는 모든 사람이 다 살아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하겠다.
 


글 _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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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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