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미국은 1955년 레오 14세 교황이 태어났을 때, 그리고 1960~1970년대 그가 성장했을 때와는 매우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과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인의 대략 절반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남성들이 ‘자유의 땅, 용기의 고향’이라 부르는 이 나라에는 불쾌한 불만과 무례함이 만연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트럼프가 이 혼란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자극하고 인종차별, 여성혐오, 백인우월주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을 조장하며, 미국이라는 나라 밑에 숨겨져 있던 악의적 요소들을 부추겼다.
백인과 자칭 이성애자 남성들이 주장하는 볼멘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그들은 미국 사회를 사로잡은 어떤 사회적 각성 때문에 자신들이 차별을 받는다고 불평하지만, 사실,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 남성은 그 누구보다 풍족한 삶을 살 기회가 더 많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현재의 교황,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다. 그는 시카고 남부의 중산층 교외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그와 그의 세대에게는 미국의 꿈을 실현하고 최대한 활용할 기회가 펼쳐졌다.
그의 또래 중 많은 사람이 재정적 성공을 약속하는 직업을 추구하며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매우 다른 길을 선택했다. 남을 섬기는 삶에 헌신했으며,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입회한 후 대학과 신학교를 마치고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강대국 출신이 교황으로 선출되는 일은 불가능하거나 적어도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다는 점을 기억하자. 특히 미국의 추기경들은, 많은 미국 성직자가 그러하듯, 해외에서 종종 지나치게 애국적으로 여겨지곤 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애국심이 그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점은 그가 다른 미국 추기경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의 일원이 아니었고, 미국에서 주교로 일한 적도 없다. 따라서 그는 미국 주교회의의 일원이 아니었다. 이는 그가 5월 8일 전 세계 추기경들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으로 선출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더불어 그는 페루 시민이기도 하므로, 미국의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가톨릭신자들과의 관계에서 독립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레오 14세 교황 선출 이후 부유한 미국 가톨릭신자들이 재정난에 빠진 교황청을 지원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추측들이 있었다. 현재 교황은 이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압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부유한 미국 가톨릭 후원자들이 정치적으로 우익을 지지하고, 교회 내에서 전통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교황과 그의 가까운 참모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의 교황직에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다. 그러나 레오 14세 교황은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고 자신감이 넘쳐 그런 시도를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교황의 본래 정체성은 미국 선교사로서, 그는 부유한 후원자들이 자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을 돕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하려 할 수 있다.
교황이 트럼프와 반대되는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들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동유럽의 공산주의 체제를 반대했던 것처럼, 레오 14세 교황이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에 맞서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교회의 평화와 일치를 돕는 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미국 대통령이 만들어내고 있는 분열에 대해 특정한 대응을 할 계획은 없는 듯 보인다. 로마의 주교는 전 세계 가톨릭 공동체의 지상 지도자로서, 그가 태어난 나라의 정치적 시스템에 끌려가거나 역사적 흐름을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태어난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에게 다양한 축복과 저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는 그들의 신학적 및 교회론적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교황의 본국에서 사람들은 그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진보 가톨릭신자들과 보수 전통주의자들은 교황이 양측을 만족시키고 통합하려고 노력할지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큰 축복이겠지만, 불행히도 이 고귀하고 중요한 임무는 이미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