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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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 하나된 본당과 발달장애인 공동체

의정부교구 광탄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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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빌리지 소속 중증 발달장애인과 엄마가 광탄성당에서 주임 한종운 신부(맨 왼쪽)에게 세례받은 후 원장 김종민 신부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종운 신부 제공


우렁찬 소리와 함께 다소 산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세례식.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하느님 자녀가 되는 특별한 순간이다.

의정부교구 사회복지법인 대건카리타스가 운영하는 성인발달장애인 주거 공동체 ‘조이빌리지’ 소속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주님의 자녀가 된 이후 바로 인근 광탄성당(주임 한종운 신부)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미사 전 성당 앞에서 꼭 단체 사진을 찍고 들어가는 일도 2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쁨터가족공동체 김미경(루치아) 대표는 “탈시설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금, 교회는 늘 최전선에서 아이들을 지켰다”며 “하지만 미사에 참여하는 순간만큼은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휘파람을 부는 등 돌발행동이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사 내내 마음을 졸이며 참여해야만 했던 것이다. 발달장애인 미사에 참여하고 싶어도 거리가 멀어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 생기면서 이들 가운데 쉬는 교우도 늘어갔다.

이런 현실을 접한 한종운 주임 신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 교리를 직접 가르치면서 광탄본당이 인근의 장애인들이 공동체를 이룬 조이빌리지와 함께하게 됐다. 한 신부는 “발달장애인 특성상 짧지 않은 미사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가만히 있기가 쉽지 않지만, 이젠 어느새 경건한 미사 분위기에 익숙해진 모습을 본다”고 했다. 또 “본당 교우들도 크고 작은 돌발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오히려 그들이 미사에 오지 않는 날에는 성당 한구석이 텅 빈 느낌마저 든다는 교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미사에 함께하고 직접 몸을 부대끼면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부모와 직원들도 세례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 매달 한 번은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부모들과 함께 미사도 봉헌하고 있다. 주일 미사 참여 인원이 150명 정도의 작은 본당이지만, 특별한 행사 날이면 이용인과 부모, 직원 100명 이상이 참석하며 본당과 시설이 ‘상생’하는 공동체로 성장해가고 있다.

최근 세례받은 조이빌리지 영양사 윤혜라(클라라)씨는 “고집이 센 편이라 누가 말을 해도 잘 움직이지 않는 성격인데, 여기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훌륭한 인품과 신앙을 목격하고 먼저 요청해 남편과 함께 신부님께 세례받았다”고 말했다.

2019년 5월 문을 연 조이빌리지는 구성원인 발달장애인 30명중 25명이 최중증 자폐 장애인으로 구성된 자폐 장애 특성화 시설이다. 국내 처음으로 설계부터 전원 1인 1실을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 24시간 주거와 돌봄·의료·교육·직업훈련을 결합해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조이빌리지 내 카페는 발달장애인들에겐 일터가 되고 마을 주민에겐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며 지역 사회에서 시설과 마을, 본당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이빌리지의 모태는 1998년 의정부교구 대화동성당에서 발달장애 부모들의 기도모임으로 결성된 ‘기쁨터 가족공동체’다. 이후 부모들은 뜻을 모아 공부방을 열었고, 자녀들 성장단계에 맞는 주간보호센터와 지역아동센터, 숲속학교, 공동생활가정까지 가톨릭 사회복지법인과 협업해 운영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노력으로 2023년에는 제17회 생명의 신비상 본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제 아들도 중증 자폐아로 기쁨터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며 “시설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자연 한가운데에 본당과 함께 위치한 조이빌리지는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회 안팎의 좋은 모범”이라고 강조했다. 한 신부도 “지역 사회 속 복지시설과 본당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상생의 길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친교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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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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