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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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현 신부의 사제의 눈] 2027, 판문점 넘어서는 교황

조승현 베드로 신부(CPBC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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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북한 평양을 방문할 뻔한 사실이 알려진 건 최근의 일이다. 탈북한 북한 외교관 태영호에 따르면, 북한은 냉전의 해체 과정에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1991년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외무성에 교황 방북 초청을 위한 ‘상무조’를 편성했다. 그리고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를 평양으로 초대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종교개방에 대한 정권 차원의 부담 등을 고려해 취소했다.(「3층 서기실의 암호」)

그 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김대중 대통령은 교황의 방북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자 북한은 장재언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장 명의로 축전을 보내는 등 교황청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

그러다 2014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개성공단을 방문한다. 서울대교구장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다. 개성공단 신자 공동체인 로사리오회가 염 추기경에게 공단 정상화를 위한 기도를 청했고, 방북은 북한과 통일부의 협조로 이뤄졌다. 또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북한의 천주교 관계자도 공식 초대했다. 하지만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강제로 폐쇄해 버린다.

누구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을 강하게 원했다. 교황은 북한이 초대하면 거절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 방북 제안을 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교황이 방북하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당시 청와대가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수립,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사이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에 평화가 오길 바랐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고 북미 정상회담이 파행되면서 남북 간의 대화는 단절됐다.

최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을 만난 이재명 대통령은 레오 14세 교황의 방북을 건의했다. 교황 방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북한의 공식 초대를 포함한 여러 변수가 남아있지만, 교황 방북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평화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평화의 사도이신 교황의 방북으로 북한은 정상 국가, 평화 국가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과시할 수 있다. 교회는 북한에 종교의 자유를 가져올 수 있다. 바티칸과 중국 관계가 북한에 적용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정부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교황 방문과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은 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해졌다.

교황 방북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실현될 것이다. 판문점에 모인 청년들이 레오 14세 교황과 함께할 것이다.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청년을 판문점에서 레오 14세 교황이 맞이하는 것이다. 혹은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한 교황을 전 세계 청년들이 맞이하는 모습은 마지막 남은 냉전 해체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 한 장면이 될 것이다. 평양교구장 서리인 서울대교구장을 비롯해 여러 성직자와 수도자들도 함께할 것이다. 이렇게 세계사적 사건이 될지 모르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대회의 성공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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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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