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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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네 몸속 어디에 있니?

[월간 꿈 CUM] 꿈CUM 신앙칼럼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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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마을 귀퉁이 개신교 개척 교회에서 먹을 것 준다는 이야기에 또래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갔다. 자연스레 예배에 참여하게 됐는데, 어쩔 수 없이(?) 목사님 설교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목사님은 설교를 하면서 자꾸 “영혼, 영혼” 하셨다. 의문이 생겼다. 손 번쩍 들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눈 동그랗게 뜨고 배와 허리, 머리를 이리저리 짚어가며 질문했다.

“내 몸속 어디에 영혼이 있나요?”

“허허” 웃으시던 목사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목사님은 대답 대신 질문을 하셨다. “부모님을 사랑하니?”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목사님도 배와 허리, 머리를 이리저리 짚어가며 다시 물으셨다.

“그렇다면 그 사랑이 네 몸속 어디에 있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뜬 날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어머니에게 쪼르르 달려가 호들갑스럽게 “엄마!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내 몸속에 있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맥베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변하는 환영일 뿐. 우리는 짧은 순간 무대 위에 있다 사라지는 가엾은 희극배우.” 스페인의 극작가 칼데론(Pedro Calderon de la Berca,1600~1681)도 ‘인생은 꿈’이라는 작품에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텅 빈 물거품! 그림자!”라고 한탄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다.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물거품이고 그림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력 저 너머의 가치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까.

한 지방법원 판사님으로부터 「아들 꽃이 피어난다」라는 제목의 자작시(自作詩)를 선물 받은 일이 있다. 시 마지막 구절이 지금도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있다.

‘사랑이 사람 꽃을 피운다.’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 눈에 보이는 사람을 완성한다. 눈에 보이는 감각적인 것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 어리석음을 이제 거둬야겠다. 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들로 눈에 보이는 유한한 내 몸속을 채우겠다는 결심 아닐까. 눈에 보이는 유한한 내 몸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한 것들로 가득 채워지는 그 날을 소망한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2코린 4,18)

글 _ 우광호 발행인
원주교구 출신.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가톨릭 언론에 몸담아 가톨릭평화방송·가톨릭평화신문 기자와 가톨릭신문 취재부장, 월간 가톨릭 비타꼰 편집장 및 주간을 지냈다. 저서로 「유대인 이야기」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성당평전」, 엮은 책으로 「경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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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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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5. 7. 17

콜로 3장 14절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어라.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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