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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 CUM] 구약 _ 요나가 내게 말을 건네다(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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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찌 동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요나 4,11)

사제가 되어 이제까지의 삶 속에서 만났던 여러 인연과 사건들을 종종 되돌아 볼 때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으로 인한 벅찬 감동과 기쁜 사건들도 많았지만, 마치 예수님께서 제자 유다 이스카리옷을 두고 하셨던 탄식의 말씀과 같은 악연으로 끝난 인연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마르14,21)

악연으로 끝난 슬픈 만남에는 저 또한 예수님과 같은 탄식, 혹은 푸념을 쏟아내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고뇌와 아픔으로 얼룩진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그 같은 아픈 사건들 앞에서는 저를 택하신 예수님께 대한 불만과 불평, 또는 모든 짐을 다 던져버리고 싶은 유혹과 사제직에 대한 회의와 원망도 있었습니다. 제 자신의 실수와 잘못 중에도 뻔뻔스러울 정도의 비겁함과 핑계에 일관된 초라함에 더욱 무능과 후회와 자책의 밤을 지새우는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면 모든 일들의 마지막 결론은 해결사이신 예수님의 개입으로 잘 끝났다는 것과 그 모든 악연과 힘든 사건들도 선을 이루기 위한 진통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진정 성찰과 회개의 시간, 반성과 미래를 향한 더욱 진보된 밑거름이었다는 은총의 기억들을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온갖 불평과 불만, 악행과 우상 숭배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맥없이 40년 동안 광야를 걸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다시금 용기를 심어 주고자 광야 끝자락에서 모세가 장엄히 선포한 하느님의 현존과 사랑은 제 영혼의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너희는 이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하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신명 8,2)

과연 하느님께서는 비틀거리며 걸었던 제 사제직의 가시밭길에서, 메마른 광야, 그 황량하고 모두가 떠나간 외롭고 적막한 절대 고독의 눈물길, 그 자리에 항상 저와 함께 계셨습니다. 제가 울 때 함께 울어주셨고, 제가 기뻐 춤을 출 때 함께 춤춰 주셨습니다.

늘 동정과 연민과 사랑으로 저를 이끌어 주셨고, 어린 아이 달래듯 저를 달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질풍노도의 바다 위를 독수리 날개에 태워 여기까지 싣고 오셨습니다. 때문에 또다시 모세의 가르침이 큰 울림이 되어 제 영혼을 깨우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주 우리 하느님 같은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에 있느냐?”(신명 4,6)

진정 하느님의 이름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은 진리의 빛이시며, 용서의 눈물이시며, 인간을 향한 가없는 동정의 눈길이십니다. 때문에 수많은 고통을 하느님과 함께 사랑으로 이겨낸 장한 믿음의 승리자, 영성의 현자들이 체험하고 깊이 느낀 진솔한 고백은 마땅하고 옳은 가르침입니다.

“하느님은 엄청난 회복력과 놀라운 은총의 힘으로 인류를 고귀하게 하시며, 대부분의 최악의 상황조차도 우리가 극복할 수 있게 하시고, 빛과 생명이 마지막 말씀이 되도록 하신다. 예수 부활 대축일은 성 금요일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 즉 죽음에서 벗어난 생명이다.”(리처드 레너드, 「도대체 하느님은」, 성바오로, 64쪽)

하느님께서는 여러 신비한 방법으로 제게 나타나시어 굴곡의 인생 여정에 함께하셨습니다. 그리고 죄 많고 용기 없는 저를 인내로 동정하시며 사랑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자주 하느님 사랑의 초대에 응하지 않았고 피했던 배은망덕의 모든 잘못을 탓하지 않으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참회하는 욥이었습니다.

“저는 알았습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음을, 당신께는 어떠한 계획도 불가능하지 않음을!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먼지와 잿더미에 앉아 참회합니다.”(욥 42,2.5-6)

그리고 늘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요나, 때론 철없고 하느님으로부터 달아나려 하였던 이기적인 요나가 바로 나였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다시 요나가 제게 말을 건네옵니다.

“저는 제 자신만을, 제 민족, 제 종교, 제 곁에 저와 함께 있는 것들만 생각했습니다. 너무 이기적이고 고집 센 아집의 껍질 속에 살았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인내로 참으시며 만민에 대한 뜨거운 사랑, 모든 피조물에 대한 보편적 사랑을 제게 가르치셨습니다. 그 넓은 사랑을 이제는 눈물로 깨닫고 배우게 됩니다.”
 

글 _ 배광하 신부 (치리아코, 춘천교구 미원본당 주임)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배광하 신부는 1992년 사제가 됐다. 하느님과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며, 그 교감을 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삽화 _ 김 사무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건축 디자이너이며, 제주 아마추어 미술인 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 중문. 강정. 삼양 등지에서 수채화 위주의 그림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건축 인테리어 회사인 Design SAM의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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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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