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갈등이란 것이 생깁니다. 혹은 선택을 할 때도 갈등이 생깁니다.
그런데 갈등은 편안함이 아니라 불편한 상태이기에, 많은 사람이 갈등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해결해주기를 바라시거나, 혹은 점쟁이를 찾아서 답을 얻으려고 합니다. 대부분 회피적인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갈등은 그 존재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심리학자인 융은 갈등하는 여러 요소들이 조성하는 긴장이야말로 생명의 본질 자체라고 하였습니다. 성장은 대립갈등의 원리에 의해서 생긴다는 것이지요. 긴장이 없으면 에너지도 없고, 인격도 없습니다.
문제는 갈등으로 인하여 인격이 붕괴되느냐, 아니면 지탱되느냐가 화두가 되는 것이지요. 인격이 붕괴되면 신경증 정신병에 이르고, 인격이 지탱되면 창조 업적의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도 갈등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신앙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하여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하여 이단이니 하면서 단죄를 하여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눈이 어느 것이 옳은지는 상이한 여러 생각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거쳤는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생각하고, 물음을 던지고, 갈등하고, 이것이 인간성장의 원리입니다.
모든 종교의 창시자들은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대들은 창시자를 이상화하면서 종교화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을 밟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물음을 던지지 않으면, 그 다음부터 권력화 현상이 생깁니다. 모든 종교 안에서 일어나는 공통현상입니다.
프로이드는 요가나 동양의 종교를 차가운 눈으로 보고, 부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모든 것을 희생하여 내면의 평온함을 달성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본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목표가 오직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면, 내적 빈곤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글 _ 홍성남 신부 (마태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1987년 사제 수품. KBS 아침마당 특강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울어야 한다’로 전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저서로 「챙기고 사세요」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새장 밖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