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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에페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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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엠마오연수원 성당에서 아침 7시 피정 미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앉은 한 분이 갑자기 나에게 살며시 열쇠고리 하나를 건네줬다.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데, ‘그냥 넣어 둬라’는 손짓과 눈짓에 내게 주는 선물임을 알았다. 뭘까, 궁금해하던 찰나 내 눈에 들어오는 열쇠고리에 달린 글귀는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에페 5,14)였다.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졸려 보였나? 아까 하품을 했나?’ 하지만 순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그분의 표정에서 -당연하지만- 악의는 없음을 알았다. 타이밍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정성스레 만든 열쇠고리를 보고 ‘나는 정말로 깨어있을까? 사실은 잠자는 사람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사 후 절물 휴양림으로 가는 길에는 ‘제주 4·3 평화공원’과 ‘세월호 제주 기억관’이 있었다. 들르지는 못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숙연해졌다. 또다시 ‘깨어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다음날 열쇠고리를 자세히 보니 성경 구절 밑에는 작게 ‘오일팔’이라고 쓰여 있었다. 광주대교구에서 오신 분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으로 늘 깨어있으라는 뜻이었다.


이번 집중 호우로 광주대교구가 다른 지역들과 더불어 수해를 크게 입었다.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있지만, 수습 후 더 나은 재난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깨어있음’ 아닐까. 비 피해를 본 모든 분을 위해 기도드린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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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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