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요셉의원, 더 가난한 환자 찾아 떠난다

재개발로 28년 영등포 쪽방촌 진료 종료, 서울역 앞으로 이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1997년부터 28년 동안 60만 명의 아픈 이들을 무료로 치료해온 요셉의원이 영등포 쪽방촌에서 진료를 마무리하고 서울역으로 떠난다.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100길 6. 낮 기온 25도, 골목마다 습한 공기가 감돈다. 빨랫줄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옷들이 걸려 있다.

영등포역 앞은 6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고층 빌딩과 쪽방촌으로 나뉜다. 고층 빌딩 앞을 지나는 도로를 건너면 ‘요셉의원’이 있는 쪽방촌으로 이어지는 골목이 나온다.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은 그 골목 왼편에 있다. 바닥에는 소주가 쏟아진 흔적과 함께 노상방뇨의 자취가 있고, 그 위로 강아지와 고양이 배설물이 쌓였다. 빗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눅진한 냄새가 올라온다. 기찻길 옆, 오갈 곳 없는 이들이 모여앉아 소주를 마시고, 그 주위로 비둘기들이 날아든다.

요셉의원 인근 쪽방.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방 한 칸에 이불과 그릇, 겨울옷, 약 봉투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봉사자들이 가져온 삼계탕 그릇엔 날파리들이 앉아있다. 정헌진(가브리엘, 64)씨는 “요셉의원이 서울역으로 이사 간다는 소식에 마음이 울적하다”며 소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방 한 칸을 가득 메웠다. “혈압약 받으러 서울역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쪽방촌에서 30년 넘게 산 이영숙(70)씨는 “30년 동안 의지해온 병원이 떠난다니 마음이 휑하다”며 “겨울이면 김장 김치도 가져다주시고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홀로 식당일을 하며 요셉의원 설립자 선우경식(요셉, 1945~2008) 원장에게 오랫동안 진료받은 단골 환자다. 그는 팔·다리·배에 남은 수술 자국을 보여줬다.

무료 진료소 ‘요셉의원’(원장 고영초)이 재개발로 영등포 쪽방촌을 떠난다. 요셉의원은 고립된 빈곤의 공간에서 아픈 이들의 말과 몸에 귀를 기울였다. 130여 명의 의료 봉사자들은 3층 건물에서 1997년부터 28년 동안 60만 명의 아픈 이들을 치료했다. 영등포 요셉의원은 18일 쪽방촌 주민과 행려인 환자 70명을 마지막으로 진료한 뒤 문을 닫았다.

이날 진료종료 감사미사를 주례한 홍근표(요셉나눔재단법인 사무총장) 신부는 “이곳의 가난한 이들을 저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더 가난한 환자들이 많은 곳을 향해 가는 것”이라며 “이곳보다 4~5배 많은 서울역 노숙인들을 다 아우를 순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곳을 향해 간다”고 밝혔다.

이곳은 요셉의원을 설립한 의사 선우경식 원장의 인술이 깃든 장소다. 요셉의원 외벽에는 8월 1일부터 서울역 앞(용산구 한강대로 389)에서 진료를 이어간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7-2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8. 1

집회 4장 12절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이른 새벽부터 지혜를 찾는 이들은 기쁨에 넘치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