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이럴 수 있을까. 최근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를 지게차에 매달은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영상을 보면 이주노동자는 벽돌과 함께 지게차에 테이프로 결박된 채 매달려 있습니다. 사람을 매달은 지게차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저기 이동하였고, 이를 보는 동료들은 말리지 않고 모두 낄낄거리며 웃고 있습니다.
오히려 매달려 있는 사람에게 주인이 노예 대하듯이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조롱했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가해자는 “장난”이라고 했습니다. 이 일도 반복해서 괴롭힘을 겪은 이주노동자가 견디지 못하고 신고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일터에는 이주노동자가 20명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 귀한지 모르고 함부로 대하는 태도는 국회에서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23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습니다. 강 후보자가 낙마한 주요 이유는 직장내 지위를 이용한 ‘갑질’입니다. 강 후보자는 자신의 보좌관들에게 업무와 상관없는 자신의 집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게 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키는 등 갑질을 했습니다. 집 비데에 물이 샌다며 변기 수리도 시켰습니다.
강 후보자는 ‘조언’을 구하는 연락이라고 했지만, 보좌관들은 한결 같이 ‘모욕’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더욱이 SNS에 사과문을 적은 강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한없이 죄송하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의 갑질로 고통 받았을 보좌관들에게는 사과 한 마디 없었습니다.
또한 소득 수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광주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지급하며 소득 수준에 따라 카드 색깔을 달리하여, 수급자의 소득이 공개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문제를 파악한 지자체는 밤샘 야근으로 카드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습니다. 광주시 강기정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색색의 카드를 받은 시민들의 마음에 차별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다음이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21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자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 씨에 대해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평범했던 18살 소녀가 죄인으로 살아온 61년 만의 무죄입니다. 무엇보다 검찰의 사과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례적으로 부장검사가 법정에 직접 나와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부장검사는 구형 내내 ‘피의자’라고 부르지 않고 ‘최말자님’이라고 했습니다. 검사는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며 “깊이 사과드린다”는 말을 할 때는 최 씨를 향해 허리 굽혀 사과했습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인권 감수성이 결여된 사건들이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안에 여전히 하느님의 목소리 ‘양심’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고통에 눈을 돌리지 않고, 타인의 상처 앞에 가만히 아파하며 행동하려는 마음, 그것이 양심입니다. 이 작고 떨리는 양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씩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잘못했다고 해야지>입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우리의 양심이 꽃 피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