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이어온 요셉의원.
서울 신림동에서 시작해 영등포로 자리를 옮긴 뒤, 28년 동안 한자리에서 환자들을 돌봐왔는데요.
7월 18일을 끝으로, 요셉의원이 영등포에서의 마지막 진료를 마쳤습니다.
전은지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여느 때처럼 환자들로 북적이는 요셉의원.
평범한 하루 같지만, 이날은 28년 동안 서울 영등포 쪽방촌을 지켜온 요셉의원의 마지막 진료 날입니다.
<정재진 요셉 / 요셉의원 직원>
"여러분들을 위해서 진료를 하고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 날이어서"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더욱 세심히 살피며 건강을 당부하고, 새 진료 장소를 안내합니다.
요셉의원은 1987년, 선우경식 원장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달동네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관악구 재개발이 시작되며, 1997년 영등포로 자리를 옮겨 쪽방촌에서 환자들을 만나왔습니다.
하지만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로 요셉의원은 또다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쪽방촌 주민들과 오래도록 함께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
쪽방촌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선물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주민들은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훔치며, 그동안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주민>
"우리 간호사 선생님이랑 많이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우리를 위해서 애쓰고 진짜 고생도 많이 하셨어요.
<주민>
"(선우경식) 원장님 돌아가셨을 때 많이 울었어요. 지금 원장님도 참 좋으시다고. 좋은신 분이 여기를 떠나 가니까 철거가 돼서 가니까 너무 마음 아파요.
헤어짐이 슬픈 건 요셉의원 직원들과 봉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손 엘리사벳 / 요셉의원 직원>
"서운해요. 그냥 이분들하고 헤어지니까, 익숙한 데서 떠나니까"
감사미사에 함께한 이들은 요셉의원을 설립한 선우경식 원장의 뜻을 기렸습니다.
<고영초 가시미로 / 요셉의원 제5대 원장> 01:39~01:48 + 02:32~02:57
"제가 여기 원장으로 온 것도 아마 선우 원장님이 하늘에서 저를 불러주신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요. 서울역에 가게 되면 사실은 공간면으로 봐서는 서울역이 여기보다 훨씬 비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큰 기적과 같은 연속적으로 요셉의원에 내려주셨던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손 안젤라 수녀 / 작은자매관상선교수녀회> 00:25~00:43
"아마도 요셉의원이 가난한 사람들의 심장과 같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요셉의원이 떠난다니까, 한 달 전부터 저는 우울하고 우리 식구들이 느끼는 감정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요셉나눔재단법인 사무총장 홍근표 신부는 "요셉의원은 더 힘들고 가난한 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홍근표 신부 / 요셉나눔재단법인 사무총장>
"그곳으로의 떠남도 이곳의 가난한 이들을 저버리고, 등 돌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더 어렵고, 더 가난한 환자들이 많은 곳을 향해 가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기도하시고 또 함께 참여해 주시고…"
28년 동안 60만여 명이 오갔던 영등포 요셉의원의 간판 불이 꺼졌습니다.
불이 꺼지길 기다리던 한 주민은 떠나는 수도자들과 직원들을 배웅했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안식처였던 요셉의원은 8월 1일부터 서울역 인근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립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