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을 만나면 활짝 웃으며 대하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나를 보면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맞다. 나는 행복하다. 젊은 시절보다 고희를 훌쩍 넘긴 지금이 더!
행복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평화와 기쁨이라는 두 기둥이 버텨 줄 때라야 행복하다. 그러기에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기쁘게 살려고 노력한다.
첫째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는 다음 사항을 훈련해 왔다.
우선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 그때마다 나는 잠시 어둠 속에 있다가,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바꾼다. 하느님이 계시는데 무엇을 두려워하랴. 잘 해결해 주시겠지. 주님의 기도를 천천히 드린다. 그래도 안 될 때는 묵주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인근 공원길을 한 바퀴 돌며 성모님께 전구를 청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평화가 온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고통을 당할 때마다 이 말씀을 떠올리며 “이 고비만 잘 넘기면 틀림없이 더 좋은 일을 주실 거야” 하고 나는 나에게 최면을 걸곤 한다.
다음은 좋은 인간관계를 갖기.
가능한 한 미운 사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누군가가 미워지면 내 마음의 평화가 깨진다. 더구나 미운 사람은 대체로 가까이 있게 마련. 그를 자꾸 만나게 되면 괴롭다. 그래서 그가 한 미운 짓을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래서 그랬겠지… 저래서 그랬겠지… 하다 보면 미운 마음은 사라지고 오히려 연민이 일면서 그가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지금 나에게 미운 사람은 없다. 훈련의 결과다.
둘째로,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나도 기쁘게 살고, 남도 기쁘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 나로 하여 남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 내가 더 기뻐지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기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조용히 책을 읽을 때, 유익한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지식을 쌓아 갈 때, 공기 맑은 숲길을 혼자 산책할 때, 마음 통하는 친구랑 여행을 하고 피정을 할 때, 좋은 사람들과 만나 밥을 먹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나는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작은 것에도 감동한다. 감동을 할 때면 엔돌핀보다 강한 긍정 호르몬 다이돌핀이 나온다지 않는가. 독서를 하다가, 티브이를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주변 사람들의 삶을 보거나 듣다가, 아름다운 경치를 보다가, 시멘트 바닥을 뚫고 나온 민들레를 보다가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며 가슴 뛰었던 어린 시절처럼, 지금도 걸핏하면 감동의 순간을 즐긴다.
또 모든 일에 감사한다. 특히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한다. 남이 가진 것이 더 커 보이고, 더 멋져 보이기는 해도 나는 내가 가진 것이 좋다. 설령 그들이 그 좋은 것을 준다 해도, 내가 간수하기엔 버거울 것임을 알기에 주어진 내 것에 감사하며 만족한다.
특히 요즈음은, 내가 공들여 쓴 소설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 독자들이 전화나 메일로 보내오는 찬사에 감사하며 더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다음으로 남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표정은 밝게’ ‘생각은 깊게’ ‘말씨는 곱게’를 훈련한다.
누군가를 만나면 밝게 웃으며 반갑게 대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눌 때면 언어에 신경을 쓴다. 혹여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될까 조심하며 기쁨의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칭찬의 말, 격려의 말, 축복의 말 한마디에 그가 활짝 생기를 얻는 것을 보면 내가 기뻐진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사심 없이 문자 메시지를 넣거나 전화 또는 메일로 축하해 준다. 내 축하를 받고 기뻐하는 그가 또한 나를 기쁘게 하므로.
남의 부탁을 받으면 어지간해서는 거절하지 않는다. 소소한 것에서는 물론이고, 좀 무리하다 싶은 일, 예컨대 분당 성요한성당 요한대학 말씀 봉사자로 불림을 받았을 때도 받아들였었다. 또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자진해서 나서기도 한다. 시간과 재능과 물질을 내어놓으면서 그를 도와 보려고 노력한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함을 알기에.
나의 행복 비법은 결국 다음 말씀의 실천이 아닌가 한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글 _ 안 영 (실비아, 소설가)
1940년 전남 광양시 진월면에서 출생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장편소설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 「만남, 그 신비」, 소설집 「가을, 그리고 山寺」 「가슴에 묻은 한마디」 「비밀은 외출하고 싶다」, 수필집 「아름다운 귀향」 「나의 기쁨, 나의 희망」 「나의 문학, 나의 신앙」, 시집 「한 송이 풀꽃으로」, 동화 「배꽃마을에서 온 송이」 등을 펴냈다. 2023년 9월, 장편소설 「만남, 그 신비」로 ‘황순원 문학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가톨릭문인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