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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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희년] 신앙으로 하나돼 용기·희망 얻은 146개국 100만 젊은이들

로마에서 7일간 열린 희년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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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3일 로마 토르 베르가타에서 열린 파견미사에서 2027 서울 WYD 일정을 공포하자, 서울대교구 순례단이 환호하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2일 로마 토르 베르가타에 모인 젊은이들과 함께 기도회를 시작하기 전 희년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OSV 

 

외국인 신자들이 7월 29일 바티칸에서 개막 미사를 앞두고 박수와 호응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띄고 있다.

 

 


7일간 열린 희년 축제 
거리 곳곳에서 인사 나누고 믿음으로 하나 
찬양 노래·율동 함께하며 분위기 달아올라 

희년 손님 맞이 철저했던 로마 
식사 바우처·희년패스 등 활용, 불편함 없게 
2500여 명 봉사자들 순례 도와 
            
교황, 희망의 표징 되어라 
밤샘기도 중 청년 3명의 질문에 응답 
예수님과의 만남 통해 희망 가지라 당부 



로마가 젊은이들의 ‘신앙 열기’로 후끈했다.

7월 28일~8월 3일 ‘2025년 젊은이의 희년’을 위해 146개국에서 100만 명의 젊은이가 찾은 이탈리아 로마 전역에서는 청소년·청년 신앙인들이 거리와 상점, 성당과 성지 곳곳에서 인사를 나누고 함께 미사에 참여하며 신앙의 기쁨을 확인했다. 이들은 거리에서 이탈리아어 ‘차오’(Ciao, 안녕)를 외치며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 가져온 팔찌와 배지, 상본 등 성물을 교환하면서 일주일 내내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2년 뒤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개최국에서 태극기와 서울 WYD 로고를 새기고 온 한국의 젊은이들은 가는 곳마다 이목과 인기를 끌었다.



로마를 가득 메운 신앙 열기

1일 로마 라테라노 성 요한 대성전 맞은 편에 위치한 성 계단 성당. 이른 오전이었지만 이미 수십 명이 성당을 찾아 순례했다. 자국 네덜란드 색을 따라 주황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젊은이들부터 푸른 옷을 입은 프랑스·아르헨티나 신자들, 녹색옷을 맞춰 입은 멕시코 청년들까지 젊은이들은 색깔로 자신들을 표현했다.

바로 옆에는 거리에 자리 잡은 스페인에서 온 젊은이들의 타악기·현악기 연주와 노랫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이들은 두 개의 원을 만들어 빠른 리듬에 짧은 스텝을 밟고 빙글빙글 돌면서 ‘알렐루야’와 ‘예수 그리스도’ 단 두 마디로 노래를 합창했다. 첫 시작은 스페인 신자들끼리 했지만, 활기찬 분위기가 하나둘 다른 나라 젊은이들까지 자연스럽게 합류시켰다.

그 안에는 희년 순례에 참가한 한국의 젊은이들도 함께였다. 다양한 국적의 젊은이들이 흥겨운 ‘찬양’ 노래에 활기찬 율동을 더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들과 함께 원을 도는 우리 청년들의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김진경(에스텔, 25)씨는 “기도를 이렇게 흥겹게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기도라고 하면 가만히 앉아서 말로만 읊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함께 노래하며 바치는 기도는 하면 할수록 즐겁고 새롭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신앙 열기에 놀란 것은 이탈리아 현지인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 출신으로 희년을 맞아 7월 29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순례에 나선 제니퍼(25)씨는 “대성전 성년 문 통과를 위해 2시간가량 기다렸는데 대열 속에서 다양한 찬양 소리를 듣다 보니 흥겹고 함께 기도하는 기분이 든다”며 “신앙이 같다는 것 하나로 문화가 다른 이들과 큰 동질감을 느껴 기쁘다”고 전했다.

 

 

 

기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순례단 .

 

7월 28일 아시시 프란치스코 대성당 경당에서 봉헌된 서울대교구 순례단 미사에서 미사 참석자들이 율동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포옹을”

교황청 복음화부 세계복음화부서 장관 직무 대행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젊은이의 희년 시작을 앞둔 7월 23일 바티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젊은이의 희년은 올해 가장 기대되는 희년 행사 중 하나”라며 “전 세계 모든 젊은이를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피시켈라 대주교의 말처럼 젊은이의 희년에는 146개국에서 100만여 명의 젊은이가 로마를 찾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성모 마리아 대성전·라테라노 성 요한 대성전·성 밖의 성 바오로 대성전의 성년 문을 순례했다. 아울러 로마 70개 광장에서 열린 문화·예술·영성 프로그램인 ‘도시와의 대화’에 참석해 신앙 속에서 축제를 즐기고 문화유산 등을 관람하며 믿음의 넓이와 깊이를 더했다. 각국에서 온 젊은 순례자들은 로마 전역의 성당 370곳과 학교 400곳에 마련된 홈스테이 장을 메웠다. 로마 교회와 시민들이 세계 젊은이들을 맞아준 덕에 모두 안전하게 순례와 기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젊은이들을 위한 대형 행사답게 온라인 기술도 적극 활용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식사 바우처 사용법과 이용 가능한 식당·마트 등을 안내했고, 순례에 나서는 이들이 몰리거나 오래 기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lubilaeum 25’ 등 앱을 통해 순례 시간을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교황청이 제공하는 희년 패스(pass)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했고, 2500여 명 봉사자들이 현장에서 순례자들의 눈과 손이 되어 이들이 순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젊은이들은 7월 30~31일 이틀에 걸쳐 다양한 성인들의 삶과 신앙을 체험하고, 복지 단체들의 홍보부스, 연극 무대 등 다양한 문화·홍보의 장이 마련된 ‘도시와의 대화’에 참여했다. 이어 1일 로마 치르코 막시모에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참회의 날’이 거행됐다. 과거 로마 시절 지어진 전차 경기장 터가 거대한 고해성사의 장이 된 것이다. 이곳에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대형 천막이 설치됐고, 그 아래에서는 1000명 넘는 사제들이 2시간씩 교대로 고해성사를 집전했다. 고해성사는 이탈리아어·스페인어·영어·프랑스어·포르투갈어는 물론 한국어·중국어로도 임할 수 있도록 해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 모두가 죄의 용서를 바라는 성사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고해성사를 원하는 이는 어디서든 성사에 임했다. 한국어 고해성사가 익숙한 한국 청년들에게는 외국어로 임하는 성사가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했다.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고해성사에 임한 박지윤(스텔라, 24)씨는 “영어로 고백했는데, 방식이나 내용 자체는 고해소 안에 설명이 잘 되어 있어 무사히 성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의미 있는 장소에서 성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경험 자체가 새로웠다”고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2일 철야 기도에서 젊은이들과 문답 시간을 갖고 있다.OSV

 

 


“주님과 함께한다면 이룰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때마다 청년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하며 성공적인 순례를 기원했다. 하느님을 따르고 믿음을 가진다면 이겨내지 못할 게 없다는 것이다.

교황은 7월 29일 젊은이의 희년 개막미사 폐막 후 깜짝 등장해 이탈리아어로 “여러분 모두가 세상에 희망의 표징이 되기를 바란다”며 젊은이들을 응원했다. 교황은 “여러분은 며칠 동안 하느님 은총이 전하는 힘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며 “성령의 인도를 따라 믿음으로 주님을 향해 걸어가자”고 조언했다.

교황은 2일 로마 외곽 토르 베르가타에서 열린 밤샘기도에 자리해 멕시코·이탈리아·미국에서 온 청년들이 전한 우정·용기·선함을 향한 부르심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교황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소통의 확산으로 진정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데 고민이 있다는 멕시코 청년의 질문에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사람들 사이의 대화, 만남, 교류의 놀라운 기회이자 정보와 지식에 접근하는 수단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온라인 소통은) 광고, 소셜 미디어의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를 소비에 의존하는 무감각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그 안에서 진정한 우정을 찾고자 한다면 우선 성 아우구스티노의 예를 본받아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신 그분, 예수님을 먼저 따라야 한다”면서 “진정한 우정은 항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사랑·존중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교황은 선택에 있어 용기를 얻는 방법을 묻자 “하느님이 시작하신 것은 하느님이 완성하신다”며 “그렇게 한다면 두려움은 희망에 자리를 내어주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을 향한 교황의 호소는 3일 토르 베르가타에서 봉헌한 파견미사까지 이어졌다. 교황은 강론에서 “예수님께서는 영혼의 창문을 부드럽게 두드리시면서 영원을 향해 함께 모험을 떠날 것을 계속 권유하고 계신다”며 “우리 모두 예수님이 우리의 희망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그분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욕망을 이겨내고 생각을 깨우칠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국 청년들이 7월 29일 바티칸에서 베트남 신자와 순례 기념품을 나눠가지고 있다.

 

이경상 주교가 7월 31일 도시와의 대화 우크라이나 프로그램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청년들을 응원하는 멘트를 쓰고 있다

 

 


평화 회복을 위한 외침에 함께해야

젊은이의 희년은 세상의 젊은이들에게 평화 회복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먼저 레오 14세 교황은 개막 미사 직후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희망이신 주님을 통해 하나가 된 우리는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을 직접 언급하며 평화를 위한 기도를 촉구했다.

희년 중 마련된 ‘도시와의 대화’ 행사 중에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총대주교청 청년사목위원회 주관으로 7월 30일 로마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교구 이경상 주교가 초청받아 패널들과 함께 토론에 참여하며 오랜 전쟁 속에 희망을 잃어가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응원했다. 이 주교는 토론 직후 우크라이나 청년들이 들고 온 국기에 “용기를 내어라”라고 메시지를 적어주며 기도로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동석한 최광희 주교도 그들에게 “우리는 평화를 바라는 신앙인으로서 같은 편일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청년 베로니카 버크홀리아크(25)씨는 “오랜 전쟁에도 우리를 잊지 않고 응원해주는 모든 한국인,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조국에도 주님의 평화가 전해져 우리 젊은이들이 평화 속에서 희망을 찾아 떠나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여정에 함께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로마=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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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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