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power)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영국의 철학자이며 정치가였던 프랜시스 베이컨(F.Bacon, 1561~1626)은 인간의 삶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類型)으로 나눴다.
첫째, 거미형 인간이다.
거미는 벌레나 곤충들이 잘 다니는 곳에 거미줄을 쳐놓고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먹이가 걸려들면 슬그머니 나타나 먹어 치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조금도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잇속만 차리는 자이다. 이런 사람은 남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모든 일에 장애물이나 걸림돌만 된다. 그야말로 인간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불필요한 자일 것이다. 철저히 동물 세계의 생존 법칙처럼,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해치기만 한다. 이런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늘 약자들이 강자들의 희생물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개미형 인간이다.
거미보다 나은 인간형이지만, 자기중심적이거나 개인주의자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는 그리스의 이솝 우화(Aesop 寓話) 중,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자. 개미는 추운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도움을 청하러 간 이웃인 베짱이를 냉정하게 내쫓는다. 그리고 베짱이는 결국 굶어 죽어가는데, 과연 개미가 열심히 일해 양식을 모으는 근면성만으로 칭찬받아야 하는가?
정과 사랑, 이성과 자유, 지성과 지혜가 없는 동물 세계에서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사회에서 그런 개미처럼 사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자기만 생각하고, 남이 어찌 되든 말든 나 몰라라 하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셋째, 꿀벌형 인간이다.
꿀벌은 꽃에서 꽃가루를 얻는 대신에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니며, 수분(受粉)을 통해 꽃이 열매를 맺도록 해준다. 만약 꽃가루만 갖고 수분을 시켜주지 않는다면, 꿀벌도 거미나 개미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꽃은 열매 맺지 못하고 꽃나무는 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또 꿀벌은 한가하게 지내지 않고 자기 역할을 하면서, 서로 돕는다. 그뿐만 아니라, 꽃가루에 침을 섞어 힘들게 만든 꿀을 자기가 다 먹어 치우지 않고 사람에게 건강식품이 되게 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면서 남을 위한 봉사도 한다. 이런 데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함께 살아가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물질문명이 발달한 시대일수록 이런 사람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물질문명의 발달은 인간 삶을 편리하게는 해주나, 결코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거미나 개미와 같은 유형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죄도 없으신 예수님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후 세례성사(洗禮聖事)를 제정하셨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한 우리는 입문(入門)의 성사인 세례를 받고 새로운 가치관과 인생관을 확립하여 거미와 개미형이 아니라, 꿀벌 같은 인생을 살기로 작정했다. 그리하여 새로운 삶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했다. 그래서 누구나 세례를 받으면 주님 안에서 거듭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께 믿음을 가진 신앙인으로서, 나날이 꿀벌 같은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주님을 최고로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할 때, 주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하시어 필요한 은혜를 더 많이 내려주실 것이다.
글 _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