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년 9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지금 가자 지구에선 식량 위기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의 절박한 호소에도 '협상 없는 분쟁'이 계속되자 교황청이 분쟁 종식을 위한 해법을 내놓고 국제사회에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교황청이 제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종식 해법을 서종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두 국가 해법을 논의하는 유엔 회의가 뉴욕에서 열렸다. 바티칸 미디어
[기자] 교황청 유엔 상임 옵서버 가브리엘레 카치아 대주교가 지난달 30일 유엔 고위급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두 국가 해법이 평화를 유지하는 공정한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휴전은 물론 민간인 보호와 인질 석방 등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막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레오 14세 교황 / 7월 20일 카스텔 간돌포 삼종기도 후 메시지>
인도주의 법이 준수되어야 하며, 집단적 처벌, 무차별적 무력행사, 주민의 강제 이주를 금지하는 것 외에도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교황청 유엔 상임 옵서버 가브리엘 G. 카시아 대주교가 2023년 뉴욕 유엔 본부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OSV
팔레스타인은 현재 자치정부 형태로 이스라엘 안에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로 나누어져 있으며 유엔 회원국이 아닙니다.
1947년 유엔의 지역 분할과 두 국가 창설 계획은 이듬해 이스라엘의 독립 선언과 이후 수십 년간의 전쟁과 갈등으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2003년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와 유엔이 두 국가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2007년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무장 점령한 이후 국제사회의 중재 회담도 중단됐습니다.
교황청은 처음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법으로 두 국가론을 지지하고 조처를 했습니다.
1993년 기본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했고 2015년에는 포괄적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두 국가 해법을 위한 고위급 국제회의가 7월30일 열렸다. 바티칸 미디어
교황청은 두 국가 추진과 함께 또 다른 원칙으로 "자결권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민족의 양도 불가한 권리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민족이 독립된 주권국가 안에서 자유와 안전 존엄성을 누리며 살아가려는 정당한 소망을 전적으로 지지한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론에 대해 서방 국가 사이에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는 두 국가 해법에 지지를 표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종전 협정이 없으면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며 이스라엘에 무력 사용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팔레스타인과 미수교 상태이지만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에 찬성하는 등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주재 교황청 상임 옵서버인 가브리엘레 카시아 대주교가 7월16일 유엔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티칸 미디어
카치아 대주교는 또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무슬림 모두에게 성지인 예루살렘에 대해 고유한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 특별 지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성지 예루살렘에서 "모든 종교인의 권리와 안전이 국제적으로 보장되는 유엔 차원의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교황청의 오랜 요청을 재차 촉구한 것입니다.
카치아 대주교는 끝으로 "전쟁의 야만성을 끝내야 한다"는 레오 14세 교황의 호소는 "인내심 있고 포용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론에 세계 각국이 호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CPBC 서종빈입니다.